더 큐어

더 큐어를 예매하면서 18세이상관람가라는 등급을 받은 것 때문에 잔인한 장면이 많이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잔인하기 보다는 정서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터부들이 나오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잔인한 장면이 아예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다지 잔인한 영화는 아니다. 오히려 좀 메스꺼운 영화라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다.

영화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전세계 각지에서 부유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는 스위스의 어느 요양원에 숨겨진 음모와 범죄에 관한 이야기다. 월스트리트의 잘나가는 금융인인 록하트는 회사일은 나몰라라 요양을 떠난 사장님이 보낸 회사일은 알 바가 아니니 알아서들 하라는 편지를 받고 사장님을 회사로 모셔오기 위해서 문제의 스위스 요양원을 직접 방문한다. 그런데, 사장님을 모셔오기는 커녕 교통사고를 당해서 자신도 이 요양원의 환자 신세가 되어 버린다. 그리고, 이 요양원 안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음모의 희생양이 되느냐 탈출하느냐의 기로에 서게 된다.

영화 도입부에 이 요양원에 얽힌 음모에 대한 암시가 있기도 하고, 음산함을 풍기는 병원의 의료진을 보면서 의심을 할 만 하지만, 그 의심의 실체에 대해서는 궁금증이 생기기만 할 뿐 좀처럼 눈치채기가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꽤나 훌륭하게 스릴러의 정석을 따라간다. 그러나, 점점 드러나는 여러 가지 터부에 대해서 견딜 수 있는 수준은 관객마다 다를 것이다. 중간에 나가는 관객들을 여럿 보았다. 그들이 보기 힘겨워서 나간 것인지 지루해서 나간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끝까지 별 감흥없이 관람한 내가 정상이 아닐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에는 한동안은 장어를 먹고 싶지 않을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