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아이덴티티

일반적으로 다중인격장애를 겪는 인물의 관점에서 진행되는 영화는 상당히 난해하다. 23 아이덴티티의 예고편을 보면서 볼까말까 망설였던 이유가 그것이다. 그런데, 23 아이덴티티는 다중인격장애를 겪는 인물이 주인공이지만, 그 사람의 시점에서 영화가 진행되지는 않는 관계로 그렇게 어렵지 않다.

어느 날, 10대 여자애들 셋이 한꺼번에 유괴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유괴범이 바로 다중인격장애를 겪고 있는 베리라는 사람이다. 그렇다. 이 주인공을 바로 제임스 맥어보이James McAvoy가 연기한다. 엑스맨 시리즈에서 젊은 시절의 자비어 교수로 등장하는 그 사람이다. 이미 연기력으로 정평이 나있는 그가 다중인격장애를 겪는 정신병자의 역할을 맡았다면, 분명 그의 원맨쇼가 펼쳐질 것이라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러했다.

베리는 베리를 포함하여 무려 23가지의 인격을 가진 중증 다중인격장애를 가지고 있는데, 24번째 인격이 생길락말락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러한 상태를 정신병으로 간주하지 않고 능력이라고 생각하는 의사가 있다. 그녀 덕분에 평생 정신병원에서 지내야할 그는 번듯이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상태이다. 그리고, 사회생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음모를 꾸민다. 바로 24번째로 탄생할 인격을 위해서!

제임스 맥어보이의 탁월한 연기력 때문에 영화가 지루하지는 않지만, 전반적으로 손에 땀을 쥐는 서스펜스라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대체로 이런 영화는 연기를 잘하는 사람이 혼신의 힘을 다해 다중인격장애를 표현하지만 연기자의 연기력만 도드라질 뿐 관객들이 영화에 몰입을 하기는 힘들어 지는 특성이 있다. 23 아이덴티티도 그러한 단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