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젤다크

편의점들의 "수입맥주 만원에 4캔" 행사가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 멀리 마트까지 갈 필요없이 동네 편의점에 수시로 들러 행사 맥주를 취향껏 4캔 담아와서 주말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시청하며 한 캔씩 까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게다가, 최근에 마음에 드는 녀석이 하나 생겼다. 코젤 다크.

정식 명칭은 벨코포포빅키 코젤 다크Velkopopovicky Kozel Dark이다. 한글 독음은 수입사에서 명시해 놓은 것이라 실제로 이렇게 읽히는 지는 잘 모르겠다. 체코맥주이고, 강한 탄산으로 미루어 보아 필스너에 속하는데 구운보리를 이용한 흑맥주이다. 스타우트 계열로 분류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난 스타우트 계열의 맥주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 녀석은 참으로 마음에 든다. 필스너 치고는 뭔가 묵직함같은 것이 느껴져서 상면발효맥주를 마시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흑맥주 특유의 구수함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강한 탄산이 주는 청량감까지 겸비했다. 체코가 맥주 잘만드는 건 역시 알아 줘야 한다. 벌써 내 마음에 드는 체코 맥주가 세 개나 생겨 버렸다.

코젤 다크를 선택한 계기는 늘 선택하던 파울라너의 헤페바이젠이 행사맥주 목록에서 제외되면서 부터이다. 뭔가 묵직한 녀석을 고르려다 보니 행사품목에서 고를만 녀석들은 기네스와 킬케니 정도가 있는데, 500ml에 조금 모자라는 녀석들이라 뭔가 마음에 들지 않고, 라거 계열에서도 칼스버그나 하이네켄 같은 지나치게 무난한 맥주들만 눈에 보여서, 뭔가 새로운 도전 차원에서 선택한 것이다. 그동안 체코 맥주들은 비교적 내 취향과 잘 맞았던 것도 과감한 도전을 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이 맥주가 편의점 행사목록에서 언제 사라질 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라지기 전까지 자주 마실 예정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