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누아르의 여인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관

작년 11월에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렸던 오르세미술관전을 통하여 르누아르의 작품들은 물론이고 전반적인 인상주의 화풍을 두루두루 감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르누아르 관련 전시가 열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이후 쟁여놨다가 이제서야 방문을 하게 되었다. 한국인들 대부분이 그러하듯 나 또한 인상주의 화풍을 좋아하고, 특히나 르누아르의 작품들은 에두아르 마네와 더불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르누아르를 인상주의 화가에 포함시키기 애매하긴 하지만...

이번 전시의 공식적인 명칭은 "한불수교 130주년 경향신문 창간 70주년 기념 르누아르의 여인"이다. 그래서, 르누아르 작품들만으로 이뤄졌다. 다만 르누아르 작품들로만 모아 놓아서인지 작품들의 수가 비교적 부족한 편이었고, 임팩트 있는 작품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작년 11월의 오르세미술관전에서 본 르누아르 작품들과 비교해도 임팩트가 떨어지는 편이었다. 그럼에도, 난 이번 전시가 마음에 들었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인상적인 어느 도슨트 때문이었다.

도슨트 시간을 맞춰서 입장하기 보다는 오디오가이드를 통해서 작품에 대한 지식을 얻는 편인데, 최근들어 전문 성우 보다는 유명인들이 오디오 가이드를 녹음하는 것이 유행이 되면서 오디오 가이드에 만족스럽지 못했던 경험을 몇 번 하다보니 오디오 가이드에 대한 반감 같은 것이 생기기 시작했다. 게다가, 르누아르의 작품들이나 화풍이 꽤 익숙한 편이니 굳이 오디오가이드가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며, 도슨트의 설명이 6시에 있는 것을 보고 그럭저럭 맞추어 갈 수 있을 것같았다.

일반적으로 이제까지 경험했던 대부분의 도슨트들은 프로페셔널한 느낌보다는 미대생들이 아르바이트 겸 또는 인턴들이 경력쌓기 겸 하는 분위기라 그다지 선호하지는 않는 편이었는데, 이번에 만났던 도슨트는 꽤나 전문가적인 풍모가 느껴졌고, 설명에 거침이 없었으며, 당찬 모습이었다. 흔히들 여자들이 말하는 "걸크러쉬" 느낌이었다. 르누아르의 가족사나 그림의 모델들에 대한 깨알같은 설명 또한 흥미진진했다. 르누아르에 대해서는 알만큼 안다고 자만했던 것이 무안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도슨트 설명에 따르면, 르누아르의 뮤즈였던 데데라는 모델과 르누아르의 아들 중 하나였던 장의 러브 스토리가 흥미진진했다. 뭔가 불경스러운 듯 로맨틱한 이야기에 도슨트 설명을 듣던 관객들이 충격적이라는 듯한 반응을 보이자, 도슨트가 이 얘기하면 다들 놀라더라며 너스레를 떤다. 또한, 미시아 세르의 초상Misia Sert이라는 작품을 소개하면서, 영원한 클래식으로 추앙받는 향수인 샤넬 No.5의 탄생 배경을 언급한 것도 흥미로웠다.

그나저나, 르누아르는 이탈리아의 천재 화가 중 하나였던 라파엘로의 스타일에 매료되어 그의 작품에 라파엘로의 스타일이 투영되어 있다고 한다. 사실, 난 르누아르의 경계선이 애매한 스타일을 보면서 스푸마토 기법을 사용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스타일을 떠올렸는데, 라파엘로라니... 의외였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