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스컬 아일랜드

킹콩는 꽤나 자주 영화의 소재로 등장해 왔다. 새로운 소재를 발굴하여 영화화하는 것은 흥행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고 투자 받기도 까다롭다 보니 소규모 예산을 이용한 실험적 작품을 만들어 검증을 먼저 받아야 한다. 반면, 기존에 성공했던 작품들의 소재를 가져오거나 리메이크 하는 것은 진부하다는 비판을 받을 지언정 비교적 안정적으로 투자를 받을 수 있다. 시대가 변할 수록 CG기술은 발전하니, 새로운 기술로 진부함을 덜어내려는 시도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에 개봉한 콩: 스컬 아일랜드도 킹콩이 주인공이다. 예전 비슷한 영화들과 비교를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다.

많은 킹콩 시리즈 중에서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작품은 피터 잭슨이 만들고 나오미 왓츠가 출연했던 2005년작 킹콩이다. 킹콩과 인간의 관계는 좀 복잡한 편인데, 총들고 자신에게 도전하는 태도를 보이면 자비없이 짓밟아 버린다. 반면, 자신에게 복종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 또 관대하게 대해준다. 특히나, 미모의 여성에게는 상당한 호의를 베푼다. 2005년작에서는 나오미 왓츠가 연기한 앤이라는 여자에게 꽤나 호감을 보이고, 이번 스컬 아일랜드에서도 브리 라슨Brie Larson이 연기한 메이슨이 그 대상이다. 이런 미녀와 야수 구도는 이미 영화에서 많이 사용된 클리셰이다. 스토리 마저 진부함이 여기저기서 드러난다. 물론, 결말은 좀 다르지만...

반면에 차별점은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킹콩에 대적하는 쥬라기나 백악기에 살았을 법한 괴생명체들이 등장한다는 것이 차이점이라면 차이점일 것이다. 그래서 마치 킹콩과 쥬라기 공원을 합쳐 놓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게다가, 2005년의 킹콩도 CG로만 보면 크게 어색한 점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물론 10년이 지났으니 지금의 CG가 훨씬 훌륭하겠지만) 시각적으로 더 즐겁다는 기분이 들지도 않았다.

굳이 언급된 두 작품 중에 선택해야 한다면, 개인적으로는 브리 라슨보다는 10여년 전의 나오미 왓츠가 훨씬 더 매력적이라고 느끼기 때문에 2005년작 킹콩에 손을 들어 주고 싶다. 물론, 여성관객이라면 비슷한 이유를 들어 톰 허들스톤Tom Hiddleston이 등장하는 이번 콩: 스컬 아일랜드에 손을 들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특이한 점은 요즘 추세를 따라 중국시장 공략 차원에서 중국 여배우를 하나 기용했다. 지난 번에 그레이트 월에서 대장군으로 나왔던 배우다. 그레이트월에서와는 다르게, 대사도 몇 마디 없고 딱히 활약도 없다. 이 정도로 중국시장을 공략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 그것이 가능하다면 국내 영화에서도 종종 중국인 배우를 기용하면 좀 효과를 보지 않을까 한다. 아, 생각해보니 예전에 이런 방법을 자주 썼던 것같다. 별로 효과가 없는 것일까?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