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경계선에서』 레베카 코스타

평소에 종종 방문하는 달무드님의 블로그를 통해서 알게된 책인데, 도서관에서 몇 주 전에 빌려온 후 방치하다시피 하다가 반납기일이 임박한 듯하여 드디어 책을 폈다. 다행히 비교적 두꺼운 분량에도 불구하고 별 무리없이 술술 읽어 내려갈 수 있었으며, 번역도 매끄러워 보이고 논리의 흐름도 꽤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저자인 레베카 코스타Rebecca D. Costa는 현대 문명이 시급한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미흡한 모습을 보인다고 지적하면서, 그 이유로 문명이 복잡해지는 속도보다 인류의 진화속도가 느리다는 점을 들었다. 사실, 진화라는 것은 수만년에 걸쳐서 이루어 지는 것이고, 문명의 발전이라는 것은 몇 천년 정도의 기간에 이룩된 것이니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진화가 느린 것이 본질적인 문제라고 하니,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딱 와닿는 이유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교통체증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갑자기 진화해서 옆구리에서 날개라도 돋아나야 하나! 물론, 저자의 지적은 이런 신체적 변화를 언급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 인식이나 접근에 대한 미개함이 여전함을 지적한 것이다.

그 예로 단기적 처방에만 급급하고 근본적이고 당기적인 해결방안을 다음세대로 미루는 경향이 있다며, 캘리포니아의 가뭄문제를 예로 들었다. 캘리포니아의 가뭄은 담수화 등 새로 식수를 만듬으로써 해결해야지, 급수 제한 등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님에도, 캘리포티아 주정부는 근시안적 정책만 제시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진화생물학자인 리차드 도킨스Richard Dawkins가 그의 저서인 『이기적 유전자』에서 언급했던 개념인 밈이라는 개념을 꺼내들며, 인류의 보편적인 생각을 지배하는 개념으로 슈퍼밈이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저자가 현대 사회에 만연(?)해 있다고 언급한 슈퍼밈들은 반대중심문화나 책임의 개인화, 그리고 상관관계와 인과관계에 대한 오해, 사일로식 사고 등이 있다.

저자는 이중에서 책임의 개인화와 사일로식 사고 두 가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느껴졌다. 문제를 시스템의 실패라고 인식해야 할 일들이 대부분인데,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질 사람을 찾아서 개인의 문제로 돌려 버리는 경우가 많고, 이러한 태도는 정치적으로는 안전할 지 모르지만 근시안적인 해결책일 뿐이며, 장기적인 안목으로 시스템을 고쳐 나가야 함을 지적한다. 우리 나라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ㅋㅋㅋ

그리고, 저자는 사일로식 사고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해 나간다. 즉, 문명이 고도로 발전하면서 점점 업무가 세부적으로 나뉘는 바람에 스페셜리스트의 시대가 되었고, 그들은 지나치게 작은 단위에서의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통합적인 사고를 필요로 하는 복잡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결론은 통찰이다. 인류가 직면한 난해한 문제에 대해서 통찰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결론이다. 잡일에만 매달리지 말고 큰 그림 그리라는 이야기인데... 음... 좀 무책임한 결론이 아닌가!

개별적으로 언급된 사실 중에서 몇 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있었다. 생각보다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중국산 제품이 그리 많지 않다는 이야기가 가장 눈에 띄었는데, 2010년에 발간된 책이니 좀 오래전의 이야기긴 하지만, 소비재에 있어서 중국산의 점유율은 3%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 책을 내가 읽고 있는 2017년에는 아마 그 비중이 훨씬 늘어났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 한 가지는 지나치게 경제중심적으로 문제를 바라보는 행태에 대한 비판을 하면서 침팬지를 대상으로 한 토큰 실험을 언급했는데, 조련사들이 토큰을 이용하여 침팬지들에게 경제적 관념을 심어 주자, 인류의 문명에서 일어 나는 여러 가지 문제들, 예를 들면 강도, 매춘, 사기 등의 행각들이 침팬지 사회에서도 그대로 일어 났다고 한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