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불평등해졌는가』 브랑코 밀라노비치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 열풍 이후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이슈가 여전한 가운데, 불평등에 대한 관심이 그리 크지 않아 외면하다가 비슷한 책 한권을 읽게 되었다. 브랑코 밀라노비치의 저서인 『왜 우리는 불평등해졌는가』이다. 영문 제목은 그냥 『Global Inequality』이고, 책의 내용은 불평등해진 이유 뿐만 아니라 그 이상을 언급하기 때문에 한국어 버전의 제목은 책의 전체 내용을 커버하지는 못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왜 우리가 불평등해졌는가에 대한 답을 먼저 언급하자면, 2000년 이전에는 임금격차가 주요 원인이었다. 즉, 좋은 직장에서 높은 연봉을 받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차이를 말한다. 그런데, 2000년대 이후에는 자본과 노동의 차이가 주요 원인이 된다. 소위 말하는 "K"로 버는 돈이 "L"로 버는 돈보다 급격히 상승했다는 뜻이다. 좋은 직장에서 높은 연봉 받아 봐야 부모님 잘만난 사람을 이기기 힘든 시대가 되었다. 또한, 거시적으로는 신자유주의가 만연한 상황을 언급하고 있는데, 신자유주의에 의한 자유무역 확대로 득을 본 것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이머징 국가들 뿐이라는 언급을 한다. 미국 입장에서 배가 아파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경제적으로 불평등해진 상태를 해소할 수 있는가에 대한 브랑코 밀라노비치의 답은 "현실적으로 어렵다"였다. 즉, 사회주의 노선으로 전향하거나 정부가 복지를 증진시키는 노력 등으로 지연시킬 수는 있지만, 소득불균형이라는 거대한 흐름의 물줄기를 돌리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뜻이다. 돈이 돈을 버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역사적으로 이러한 불평등이 감소하는 일도 있는데, 그것이 바로 전쟁이나 흑사병같은 엄청난 전염병이라고 한다. 전쟁이 나거나 전연병 같은 대재앙이 발생하면 인류가 세워 올려진 문명과 경제 시스템이 파괴되면서 자본의 힘은 약화되고, 또한, 대지주와 같은 부자가 사망할 경우 재산이 자연스레 분할되게 된다. 반면 노동력의 급격한 감소로 인하여 임금은 상승한다.

그런데, 전쟁이 나면 불평등이 해소된다라고 해석될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불평등이 임계점을 넘어서면 전쟁이 발생한다고 생각하면 꽤나 섬뜩하다. 현재의 상태는 아마도 그 임계점에 다다렀거나 이미 넘어섰다고도 볼 수 있다. 저자가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난 이 책을 읽으면서 대대적인 전쟁이 곧 일어날 것 같다는 두려움을 느꼈다. 아마도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깨달은 바가 이 부분일 것이다. 이에 관해서는 니얼 퍼거슨Niall Ferguson의 『증오의 세기The war of the world』에 잘 설명되어 있다고 하니, 기회가 되면 읽어볼 예정이다.

글로벌 불균형이라는 주제는 국가내 불균형 문제와 국가간 불균형 문제를 모두 다루는 주제인지라 여러 모로 복잡하여 이해하기도 쉽지 않고, 특히나 국가간의 비교시에는 통계수치에 따라 논란이 많이 일어난다. 토마 피케티의 저서들도 이러한 문제로 인하여 결론에 동의는 하더라도 데이터의 허점때문에 많은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그래서인지, 『왜 우리는 불평등해졌는가』는 비교적 열려 있는 결론으로 끝을 맺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