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

90년대에 발표된 이후 워낙에 유명해져서 설명이 필요없는 일본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의 첫편이 실사판으로 만들어졌고, 마침내 한국에도 개봉하였다. 애니메이션 버전으로 본 적은 없었지만, 애니메이션 버전의 충격적인 홍보포스터 때문에 그 존재를 알고 있었기에 과연 어떤 내용일 지 궁금하여 극장을 찾았다. 즉, 애니메이션을 보지 못한 팬으로서 영화를 본 것이다.

90년대에 상상했던 미래는 화려하면서도 우울한 도시를 그리고 있다. 옥외광고는 화려한 스크린을 넘어서 거대한 홀로그램으로 넘쳐나고 있으며, 인간은 손상된 장기를 기계로 대체한다. 또한, 휴머노이드 로봇은 상당히 정교해져서 낯선 이에게 "Are you a human?"이라는 질문을 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시대다. 그 사이에 사이보그라는 개념도 존재하며, 그중 가장 정교하게 만들어져 테러진압용 무기화 되어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것이 바로 메이저Major이다. 뇌만 인간의 것이고 나머지는 모두 기계로 대체하는 것은 공각기동대가 설정한 시대에서도 최첨단 기술에 속한다.

사이보그를 다룬 영화, 예를 들자면 로보캅 등을 봐도 역시 사이보그로 재탄생하게 되면,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되는 스토리가 빠지지 않는다. 메이저 또한 다르지 않다. 난 뇌만 인간의 것이면 당연히 인간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믿지 않는 사람들도 분명 존재할 것이고, 믿는다고 할 지라도 위화감을 어찌하지는 못할 것이다. 인류는 꽤나 오랫동안 이 문제를 고민해오며, 이 고민을 영화라는 미디어로 풀어 내곤 했다.

스칼렛 요한슨Scarlett Johansson은 요즘들어 SF장르에 꽤나 관심이 많은 듯하다.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에 속하는 어벤져스 시리즈에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고, 루시Lucy라는 영화에서는 USB가 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지만, 또다시 SF장르에 도전하고 있다. 어쩌면, 여전히 뭔가 긱스러운 남자들에게 스칼렛 요한슨의 인지도가 높아서 본의 아니게 이런 영화에만 섭외 요청이 오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내가 가장 좋아하는 SF장르에서 스칼렛 요한슨을 자주 보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다소 충격적인 설정때문에 이 영화에 대한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지만, 난 공각기동대의 영상미에서 나타나는 화려함 속에 깃든 우울함이 참 마음에 든다. 앞으로도 후속편이 계속 만들어질 것같은데, 벌써부터 후속편이 기다려 진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