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의 역사』 질리언 라일리

맛집 탐방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꽤나 끌리는 제목이었다. 『미식의 역사』라니... 그러나, 그것은 한국어판 제목이고, 원제는 『Food in Art』이다. 책의 내용은 미술작품들을 통해서 음식의 역사를 알아보는 것이니, 둘 다 일리가 있는 제목이다.

제목은 마음에 들었는데, 책의 초반은 다소 지루했다. 난 미술 작품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주로 인물화를 선호하는 편인데, 책에 등장하는 작품들은 대부분 정물화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요즘 음식을 펼쳐 놓고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것처럼, 옛날에는 그려서 작품으로 남기곤 했었나보다. 모아 놓고 보니 음식 그림들이 참 많다.

시대별로 다양한 음식문화에 대해서 단편적인 지식들을 많이 알게 되었는데, 책을 통틀어 가장 놀라웠던 사실은 책의 초반에 등장하는 이누이트족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누이트족은 고기에서 쫄깃하고 기름기가 많은 부위와 뼈에 붙어 있는 부위를 가장 선호한다고 한다. 뭐 거기까지는 이해한다. 그런데, 등심이나 안심 등의 살코기 부위는 개들에게 양보한다고. 하아... 이럴 수가! 가장 훌륭한 스테이크감인 등심과 안심을 개들에게 주다니...

이누이트족의 이야기를 제외하면 대체적으로 비교적 근래의 이야기들이 등장하는 책의 후반이 좀 더 흥미로웠다. 샐러드에 얽힌 이야기도 그 중 하나였다. 15세기 이탈리아에서는 과일이나 채소를 생으로 먹는 것을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했단다. 그런데, 시골의 농민 문화에서는 곡물이 풍부해서 많은 사람들이 생으로 먹었고, 그것을 지켜본 귀족들이 반신반의하다가 그들도 샐러드를 먹기 시작했다고. 게다가, 그것이 16세기에 영국과 프랑스 쪽으로 흘러나갔다고 한다.

석류와 관련한 그리스 신화도 흥미로웠다. 곡물과 수확의 화신인 데메테르Demeter의 딸이자 봄의 여신인 페르세포네Persephone는 지옥에 있을 동안 석류 씨를 먹도록 하는 꾐에 빠져 매년 넉 달 동안 지옥으로 돌아가야 하는 벌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딸을 잃은 슬픔에 데메테르가 그 넉 달동안 땅위의 것들을 돌보지 않아 겨울이 온다고 한다. 그래서, 페르세포네가 봄의 여신이 되었나보다.

파이에 대한 새로운 사실 또한 알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파이에는 과일이 들어 간다고 알고 있었는데, 원래 파이는 사냥으로 잡은 고기를 멀리 보내려고 할 때 고기가 상하지 않도록 하는 보존용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파이는 고기파이가 원조라고... 고기 파이를 먹어 보고 싶다. 이태원에 가면 고기 파이를 파는 곳이 있다고 하던데...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언급하자면, 파스타는 밀가루를 장기 보존하기 위해서 고안된 저장의 형태라고 한다.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파스타가 이런 용도로 만들어 진 것이라고 하니 신기할 따름이다. 다른 국수도 이러한 개념으로 만들어진 것일 지 궁금하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