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그래비티와 인터스텔라의 성공이후 헐리우드는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를 만드는데 주저함이 없는 듯하다. 이미 성공했던 케이스가 있으니 제작비 따내는 것이 수월했을 것이다. 이번에 개봉한 라이프Life 또한 이러한 트렌드의 일환이라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이 영화가 흥미로울 지는 몰라도 역사에 길이 기억될 영화는 아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조지 클루니George Clooney와 산드라 블록Sandra Bullock이 주연했던 2013년 작
그래비티Gravity와 에어리언 시리즈를 합쳐 놓은 듯한 인상을 받았다. 우주정거장 내에서의 삶을 뭔가 사실적으로 묘사해 놓은 점은 그래비티와 닮았고, 이런 삶을 흔들어 놓는 화성에서 데려온 자그마한 생명체 샘플이 성장해 가는 것은 에어리언을 연상케 했다. 그래비티에서 사이언스를 가져오고 에어리언 시리즈에서 픽션을 가져와 접목을 시킨 셈이다.

난 그래비티와 에이리언 시리즈를 모두 재미있게 보았기 때문인지, 아류작이라는 느낌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몰입하며 화성에서 살아 남은 이 괴물녀석의 성장과정과 생존을 위한 사투를 즐겼다. 상당히 긴장감이 있었다.

지구인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심리이겠지만, 이 괴물녀석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영화가 더 재미있다. 몇 천년동안 세포 상태로 겨우 연명하다가 드디어 깨어나 생명체다운 삶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아이러니 하게도 이런 기회를 준 생명체들을 제거해야 그런 그런 삶이 가능하다. 심리적으로는 묘한 상태였는데, 지구인들이 죽지 않길 바라면서도, 이 녀석이 생존해서 다음편도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램도 있었다.

딱히 역할도 없는데 주인공 역할을 하는 레베카 퍼거슨Rebecca Ferguson은 미션 이파서블: 로그 네이션Mission: Impossible - Rogue Nation 이후 두번째로 보게 되는데, 냉철한 무표정 연기가 매우 인상적이다. 무뚝뚝한 특수요원이든 냉정한 과학자든 잘 어울리는 것같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