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레이얼』 더글라스 케네디

더글라스 케네디의 장편소설 중에서는 가장 최근에 한국에 출간된 『비트레이얼』을 읽었다. 이렇게 해서, 국내에 출간된 더글라스 케네디의 장편소설을 모두 읽게 된 셈이다. 2013년에 『빅픽처』를 읽은 후에 엄청난 감동을 받고 틈날 때마다 한 권 한 권 섭렵하더니 마침내 이렇게 되었다.

『비트레이얼』은 모로코가 배경이다. 모로코에서 가장 유명한 도시인 카사블랑카 말고도 다양한 도시들이 배경으로 등장한다. 모로코 현지 답사를 한 것임에 틀림없다. 카사블랑카는 여러 차례 영화의 배경으로도 등장했기 때문에 나름 익숙한 지명이지만, 이번 소설을 통해서 모로코의 다른 지명들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모로코를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보통 좋아하는 소설에 배경으로 등장하는 도시들은 기회가 되면 찾아 가보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모로코의 도시들은 워낙에 낙후된 이미지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내가 고생스러운 여행을 피하는 편인지라...

이야기는 상당히 직선적이다. 이번 『비트레이얼』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이미 결혼하기도 했고 심지어 과년한 딸까지 있는 남자와 속아서 결혼했는데, 이걸 알고도 그놈의 정때문에 곤경에 빠진 남편을 구하려 모로코 방방곳곳을 헤매이다 결국은 갖은 고초만 겪고 가까스로 미국으로 돌아가는 어느 여성의 이야기이다.

세상에는 참 대책없는 남자들이 많다. 문제는 이런 대책없는 남자들의 자유로운 영혼이 때로는 너무나 매력적이라 여자들이 빠져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여자들은 이들을 구원해 주지만, 대신 너무나 큰 댓가를 치루기 십상이다. 과거에 많은 여성들이 이런 꼴을 보이며 고생을 한 것을 알지만, 늘 이런 대책없는 남자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다가 댓가를 치루게 된다. 호르몬의 장난은 늘 이성적인 선택을 방해하기 마련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