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리언: 커버넌트

에이리언: 커버넌트는 5년 전에 개봉했던 프로메테우스의 후속작이자, 이제는 클래식의 반열에 오른 에이리언 시리즈의 프리퀄이기도 하다. 에이리언 시리즈의 열렬한 팬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관심이 있었고, 아마도 내가 마지막으로 본 클래식 에이리언 시리즈는 위노나 라이더Winona Ryder가 출연했던 Alien: Resurrection으로 기억한다. 국내에서는 에이리언4라는 이름으로 개봉했었다.

5년전에 프로메테우스를 볼 때는 상당히 강한 임펙트를 느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후속작인 에이리언: 커버넌트를 보면서는 그 정도의 감동을 느끼지는 못했다. 프로메티우스에서 느꼈던 강한 임펙트의 핵심은 인간을 누가 창조했는가라는 강력한 철학적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었기 때문인데, 이번 에이리언: 커버넌트는 역시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긴 하지만, 프로메테우스의 철학과는 좀 괴리감이 느껴졌다.

에이리언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난 에이리언: 커버넌트의 주인공이 에이리언도 아니고 지구인도 아닌, 바로 A.I. 로봇 데이빗David 라는 생각이 들었다. 로봇인 데이빗이 창조주인 인간을 바라보며 느꼈을 혼란, 그것이 이 모든 재난의 불씨가 되었다. 창조주인 인간이 A.I.인 자신과 비교하면 너무나 하찮게 보였던 것이다. 어떻게 이렇게 하찮은 존재들이 나의 창조주란 말인가라는 혼란을 겪은 후 내린 결론은 스스로 창조주가 되는 것이었다.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난 5년전 프로메테우스가 제작될 당시에는 분명 인간들이 인간의 창조주인 외계인을 만나러 가는 탐험이라는 주제에 초점을 맞추고 그 후혹작을 준비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갑자기 최근 A.I.의 급격한 발전과 함께 인간이 A.I.로 인한 어두운 미래에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영화의 초점이 급격히 A.I. 쪽으로 치환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에이리언은 충분히 섬뜩한 생김새를 하고 있지만, 이미 클래식 에이리언 시리즈와 프로메테우스로 단련된(?) 난 이 에이리언들이 반갑게 느껴졌다. 오히려, 차갑디 차가운 눈빛을 가진 데이빗이 더 무섭게 느껴졌다. 나 또한 A.I.를 두려워 하기 시작한 하찮은 인간 중에 하나이기 때문일 것이다.

에이리언들 이외에도 에이리언: 커버넌트에는 반가운 배우들이 등장하는데, 우선 A.I. 로봇인 데이빗과 또다른 A.I. 월터를 함께 연기한 마이클 패스벤더Michael Fassbender이다. SF 장르를 열심히 챙겨보다 보면 마이클 패스벤더를 자주 만날 수 있다. 그의 액션은 말할 것도 없고, 감정의 기복없이 감정을 표출하는 연기가 일품이다.

또한, 에이리언이 낳은 여전사 시고니 위버Sigourney Weaver에 이어 에이리언의 새로운 여전사가 될 잠재력을 지닌 캐서린 워터스턴Katherine Waterston도 눈에 띤다. 이미 작년에 개봉했던 신비한 동물사전에서 수줍은 로맨스 연기로 존재감을 알렸던 배우다. 나이에 비해서 얼굴은 귀욤귀욤한데 키는 상당히 훤칠하다.

프로메테우스 만큼의 임팩트는 아니지만, 분명 에이리언: 커버넌트는 후속작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들이 있다. 다만, 그 후속작이 5년후는 아니었으면 좋겠다. 이번에도 프로메테우스의 스토리가 가물가물한 상태로 극장에 들어가게 되어 전편 내용 기억해 내는데 애를 먹었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