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채 포지션 트레이딩 세미나

하나금융투자는 지점마다 관리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개최하라는 압력(?)을 주고 있는 것같다. 그런 이유로 미국 국채 트레이딩에 대한 세미나가 여의도 금융투자교육원에서 신반포지점 송준식 차장의 주도로 개최되었다. 본인이 직접 소개한 내용에 의하면, 타증권사 프롭트레이딩팀에 있다가 팀이 채체(?)된 이후에 여러 증권사를 거쳐서 지금 하나금융투자 신반포지점에 자리를 잡은 듯하다. 제도권 프롭트레이더 출신이라는 말에 호기심이 생겨서 강연 내용에 좀 더 집중하게 되었다.

난 하나금융투자에 계좌가 있긴 하지만, 해외선물계좌도 아니었고, 송준식 차장의 관리를 받고 있는 것도 아니며, 미국채에 대해서는 딱히 알고 있는 지식도 없어서 참가를 망설였지만, 파생인의 쉼터 단톡방에서 걷기사랑님이 좋은 세미나라며 강권을 하시기에 몇 가지 일정을 취소해 가면서 쭈삣쭈빗 참석하게 되었다.

대체로 세미나 분위기가 화기애애한 것을 보니, 평소에 관리하는 고객들과의 소통에 상당히 시간을 들여서 서로 친한 분위기가 형성된 듯했다. 반면에 난 낯설은 상황으로 인하여 소심히 앉아서 열심히 듣기만 하였다. 그런 주제에 당당히 맨 앞자리에 앉았다. ㅋㅋㅋ 다행히, 시간이 좀 지난 후에 가치성장님과 걷기 사랑님이 합류하여, 그 소외된 느낌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뭐 좀 소외되면 어떠한가, 어차피 이 바닥 독고다이인데...

미국 국채 선물 트레이딩에 대한 경험이 전무하고 따로 공부도 안하고 들어간 세미나인지라, 미국 국채 몇 년물을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르고 어리둥절 하고 있었는데, 강연 중에 나오는 가격을 보고 MTS로 찾아 보며 10년물 국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너무 당연해서 알려 주지 않는 것같다. 스타벅스가서 아무말 안하면 Tall 사이즈인 것같이, 말 안하면 10년물인 뭐 그런 것인가보다.

배경지식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이번 세미나에서 얻게 된 지식을 나열해 보자면, 우선, 미국 10년물 국채 선물은 증거금이 비교적 낮다. 약 $1.5k 정도이니, WTI Crude oil의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다. 내가 처음 해외선물 트레이딩을 시작하면서 사전조사를 했을 때, 미국 국채 선물에 대해서 알아보았던 기억이 나는데, 기억이 맞다면 이 이유 때문에 거래 대상에서 제외했었다. 증거금이 적다는 것은 두 가지 이유 밖에 없다. 변동성이 낮거나, 1계약당 Multiple이 적거나. 10년물 국채 선물은 아마도 두 가지 모두에 해당될 것이다.

변동성이 낮은 경우에는 심리적으로 부담이 적고, 계약당 덩어리가 작은 경우에는 진입/청산을 부드럽게 할 수 있다. 목표 계약수를 여러 번에 나눠서 트레이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반대급부가 존재하다. 우선, 거래 수수료가 많이 들어 간다. 국내선물의 경우는 규모가 극히 낮은 경우를 제외하면 계약금액 당 퍼센티지로 수수료가 발생하는데 반해, 해외선물의 경우는 주로 계약당 일정금액이 나가기 때문에, 이렇게 낮은 변동성을 보이면서 작은 Multiple로 설계된 종목을 거래하는 경우, 목표 수익금액까지 도달하기 위해서 더 많은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게다가, 변동성이 낮은 종목은 성질 급한 한국인 성향과 맞지 않다. 한국 개인 트레이더들이 죽자고 WTI나 골드만 트레이딩 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다시 미국 국채 선물 이야기로 돌아가서, 가장 큰 특징이 하나 있다. 호가와 가격이 32진법으로 되어 있다. 옥수수 선물 등의 농산물 쪽에서 8진법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을 알고는 있었는데, 국채는 32진법이다. 그래서, 가격도 126'15 같은 형식으로 되어 있다. 중간에 어퍼스트로피는 다시로 읽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예전에 옥수수 선물 하려다가 8진법 쓴다고 해서 아예 접어 버린 기억이 나는데, 난 매매일지를 DB에 저장하는데, 8진법으로 저장하려면 Stored Procedure를 수정해야 하기 때문에 그것이 귀찮았다. 사실, 덩어리가 작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지만...

위 두 가지 이유, 즉, 낮은 변동성/Multiple, 그리고 익숙치 않은 32진법 때문에 내가 미국 10년물 국채 선물을 거래할 일은 당분간은 없을 것같다. 굳이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는 종목이 필요하다면 미국 국채 선물 말고도 다른 종목도 많다. 다만, 미국 국채 선물을 트레이딩 하기 위해서 필요한 기본적인 지식을 많이 얻었다는 측면에서 이번 세미나는 상당히 만족스럽다. 종목의 성격을 파악하는 것은 시간과 공력이 꽤 들어 가는 일인데, 약 두 시간 동안 비교적 손쉽게 훌륭한 강연자를 통해서 이러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었다.

몇 가지 팁도 함께 공개하였는데, 2, 5, 8, 11월 3,4주는 기관 투자자를 비롯한 메이저들의 실물 국채 종목간 리벨런싱 작업이 일어나는 시기로, 선물과 현물간에 일시적으로 괴리가 생기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 주요 내용이다. 이번에는 트럼프의 탄핵이슈 때문에 물건너 갔으니 다음 기회를 이용하라는 언급도 있었다. 공개된 팁은 더 이상 팁이 아니니, 그저 참고만 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호가 창에서 체결 등으로 약간의 체리피킹을 할 수 있는 팁 등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유명인사가 한 분 방문했다. 최근 서울경제TV SEN에서 주관하는 해외선물의 신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높은 누적 수익으로 활약하고 계신 황금연못이라는 분이 미국 국채 선물 트레이딩의 이점을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잠시 마이크를 잡고 설명을 해주셨다. 포지션이 너무 커지면 변동성이 큰 종목의 경우 포지션 유지에 애로사항이 있는데, 국채 선물의 경우에 편안함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주 내용이었다. 송준식 차장에 따르면 CME에서 이 분 계좌로 국채 선물 포지션이 과도하다며 이유를 설명하라고 연락이 왔다고... 꽤 큰 손인가보다. 확실히 유명인사라 그런지 여기저기서 스마트폰으로 사진찍고 동영상 촬영하는 고객들이 보였다. 인상적이었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