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 아서: 제왕의 검

워낙에 유명해서 이제는 진부하다고 느껴질 정도인 아더왕의 이야기가 다시 영화화 되었다. 예전에는 분명 Arthur의 한글 표기가 "아더"였는데, 이제는 "아서"라고 바뀐 것인가? 굳이 바꾸려면 "아써"가 좀 더 가까울 것같은데... 이놈의 th 발음은 한글로 표기하기가 참으로 애매하다. 어찌되었던 이 글에서는 앞으로 "아서"라고 표기할 예정이다.

한때는 참 좋아했던 이야기였다. 그리고, 난 이 아서왕의 이야기가 실제 역사적 사실에 약간의 신화적인 요소를 가미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완전한 픽션이었다. 마법사들이 등장하는 것만 봐도 픽션인데, 어렷을 적의 기억이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었다.

위에서는 진부하다는 표현까지 썼지만, 엄밀히 이야기하면 딱히 기억나는 것이 없다. 이제는 바위에 꽂혀 있는 엑스칼리버 뽑는 것만 또렷히 기억한다. 그럼에도, 킹 아서: 제왕의 검은 기존 아서왕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각색한 것이 아닌가라는 추측을 해본다. 아서왕 이야기에 커다란 코끼리가 등장했던 기억은 없으니까.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하는 액션 환타지를 표방하고, 그래서 실제로 볼거리는 참 많다. 그럼에도 다소 지루한 감이 있는데, 뭔가 판에 박힌 듯한 플롯, 예를 들면, 영웅의 시련과 극복, 영웅의 각성 후 사건 해결 등의 클래식한 구성이 적극적인 각색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에게 지루함으로 다가오지 않았나 생각된다. 아니면, 아서왕 이야기는 이제 너무 자주 들어서 지겹다라는 편견을 가지고 영화를 보았거나...

마누라 팔아서 정치하고 딸 팔아서 정치하는 악역이긴 하지만 아서의 삼촌역으로 분한 주드로Jude Law의 연기가 가장 돋보였다. 무시무시한 카리스마는 확실히 다른 배우들을 압도할 정도이다. 이 역시 아서왕의 이야기에는 뭔가 새로운 것이 없기에 좀 더 신선해 보였을 수도 있다.

또 한 명을 언급하자면 역시 에이단 길렌Aidan Gillen, 왕좌의 게임에서 리틀핑거로 활약하고 있는 그 배우다. 왕좌의 게임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번 아서왕: 제왕의 검에서도 뭔가 얍삽한 캐럭터를 잘 연기했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