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이론』 샤론 버치 맥그레인

금년 초에 『신호와 소음』 을 읽은 후, 베이즈 정리에 대해서 좀 더 알아봐야겠다라는 결심을 하고 마침내 베이즈 정리에 관련된 책을 한 권 읽게 되었다. 꽤나 거창한 제목을 가진 『불멸의 이론』이라는 책이다. 1740년대에 토마스 베이즈가 만든 이 아이디어가 학계에서 어떠한 멸시를 받으며 250년 넘게 살아 남아 왔는지, 그리고, 실제로 어떤 일에 활용되었는 지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지금은 통계학에서 일정 수준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베이지언들이지만, 예전에는 베이지언이라고 말하기는 커녕 베이지언식 방법론을 사용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결과의 신빙성을 의심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학계의 이러한 집중포화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으로 베이지언 방법론으로 효과를 본 예는 상당히 많았다. 예를 들어, 이제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예전에는 영국 정부에 의해서 국가 기밀 사항으로 봉인되었던 앨런 튜닝의 활약도 베이지언 방법론을 사용했다고 한다. 앨런 튜닝의 이야기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베이즈 정리와 연결된 것인 줄은 몰랐다. 그 이후에도 미국으로부터의 자원 공급을 방해하던 독일의 U보트 잠수함에 대한 대처에도 효과를 보았다. 심지어 존 내쉬의 게임이론 또한 베이지언 방법론으로 완성된 것이라고 하니, 우리 삶의 곳곳에 베이즈 정리가 사용된 셈이다.

쉽게 정리하자면, 기존의 통계학은 베이즈 정리의 반대편에 서있는 빈도주의가 대세였다. 즉, 신뢰를 확보할 수 있을 만큼의 데이터를 확보한 후, 그 확률이 실제 가정과 유의미하게 같은 수준에 이르는 지 확인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베이지언 방법론은 충분한 데이터가 확보되지 않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사전확률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문제를 해결한다. 즉, 매일 새벽 태양이 떠오른다는 사실은 이미 너무나 많은 데이터가 확보되었기에 빈도주의적 방법론으로 해결이 가능하지만, 지구와 소행성이 충돌할 가능성 같이 데이터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경우에는 베이지언 방법론을 사용할 수 밖에 없다.

아쉬운 것은 이 책에서 베이즈 정리를 실생활에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 지 그 방법을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일반 대중들을 위한 교양서적이니 불가피한 일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베이즈 정리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법을 배우고 싶었던 나로서는 다소 핀트가 어긋난 독서였다. 다른 방식으로 베이즈 정리에 익숙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겠다. 게다가, 오히려 궁금증이 더 생겨 버렸다. 마르코프 사슬은 무엇이고, 깁스 샘플러는 또 무엇이란 말인가! 하아...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