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코 프리미어 SNQ001J 고장, 수공사 방문

며칠 전, 세이코 프리미어 SNQ001J의 용두가 망가져서 수공사에 맡겼다가 나흘만에 찾아 왔다. 수리 비용은 언질을 받은 것과 같이 5만원이 들었다. 그리고, 수공사에서는 카드결제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요즘 지갑에 현금을 얼마나 가지고 다니는 지 체크하지도 않아서 카드결제가 안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흠칫 놀랐는데, 다행히 지갑안에 5만원 이상이 들어 있었다.

시계 가격이라는 것이 천차 만별이라 만원짜리부터 해서 억대를 호가하는 것도 있으니, 내 시계가 그리 비싼 시계라고는 할 수 없지만, 나름 유명한 브랜드이고 movement의 안정성도 인정받은 세이코사의 프리미어 라인이라 고장은 좀 의외였는데, 생각해보니 9년째 차고 다니면서 아무 고장도 안나는 것이 더 이상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공사 사장님이 용두 연결 부위가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어 약하니 자주 만지지 말라는 말씀을 하셔서 앞으로는 왠만하면 용두를 건드리지 않기로 하였다. 생각해보면 평소에도 용두를 건드리는 경우가 거의 없었는데... 이 녀석이 쿼츠인데다가 좋은 movement를 사용하기 때문에 시간도 꽤나 잘맞고, perpetual calendar 라는 기능이 있어서 31일 30같은 거 알아서 구분해 주기 때문에 용두를 건드릴 필요가 없다.

용두가 고장난 이후에 묘한 감정에 휩쌓였는데, 오랫동안 차고 다니던 녀석이 고장나서 못고치면 어쩌나, 수리비용이 너무 많이 나오면 어쩌나 하는 걱정과 함께, 오랫동안 차고 다녀서 다소 지겨운 생각도 들었기 때문에 시계를 새로 하나 장만할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평소에 점찍어둔 모델도 없었고, 다시 찾아 봐도 이 녀석과 비슷한 녀석을 찾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선, 잘 고쳐서 쓰는 것으로 결정을...

뭔가 복잡한 크로노그라프 같은 기능 있는 시계도 안좋아하고, (다행스럽게도) 오토메틱 무브먼트에 대한 집착이 있는 것도 아니라, 시간 잘 맞고 날짜까지 알아서 맞춰주는 이 SNQ001J 녀석이 나한테는 딱 맞는 것같다. 디자인도 드레스워치라 튀지 않고 수트나 캐주얼에 모두 어울린다. 요즘은 핸즈만 푸른색으로 바꿔서 비슷한 디자인과 같은 movement로 SNQ의 모델이 나오고 있는 듯하다. 꽤나 롱런하는 디자인임에 틀림없다. 앞으로도 7년 정도만 잘 버텨 주면 좋겠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