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을 이긴 전략들』 박상우

주식투자 관련하여 책을 많이 읽다 보면, 다 그 얘기가 그 얘기 같고, 책에서 특별한 아이디어나 영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와중에 읽었던 『주식시장을 이긴 전략들』은 상당히 자극이 되는 책이었다. 아마도 국내외 주식시장을 이렇게나 정량적으로 분석해 놓은 책이 있을까 싶다.

주식시장을 정량적으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통계학적 방법론에 익숙해야 유리한데, 컴퓨터공학 전공시 교양수준에서 통계학을 공부했을 뿐인 나로서는 실제 투자에 사용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해 매번 벽에 부딪히는 기분이다. 그마저도 이제는 가물가물하여, 심지어 첨도나 왜도 같은 단어에도 낯설음을 느끼게 된다. 나의 부족함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대체적인 책의 기술 방식은 우선 미국 시장에서 나타난 통계적 자료를 제시하면서 그 결론을 언급한 후에, 그 결론이 국내 시장에서도 유사하게 작동하는 지를 다시 확인하는 식이다. 저자가 제시한 자료와 결과가 맞는지 일일이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그 결과가 맞다는 전제하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음은 틀림없다.

추세는 무엇인가라고 물어보면 생각보다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추세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정의내리기가 까다롭다. 특히나, 추세를 정량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더 어렵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비교적 간결하게 추세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있는데, 예를 들어서 상승추세에 대한 정의는 저점이 직전추세의 저점보다 높은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추세에 대하여 책의 내용을 한 가지 더 언급하자면, 과연 장기투자는 얼마나 장기여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저자는 국내 시장의 경우 1년 정도가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적기이며, 2년 이상 보유할 경우 주가는 추세를 형성하기 보다는 평균회귀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물론, 장기적으로 상승추세를 이어갈 종목을 선정하는 것이 먼저이겠으나, 많은 투자자들이 어려워 하는 청산 타이밍에 대해서 통계적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 싶다.

또한, 기존에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사실이 실제로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 데이터도 있다. 예를 들어서, 수급주체에서 개인이 매수하면 하락한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고 다들 이를 상식으로 여기고 있는데, 저자는 기존 데이터를 가지고 분석한 수치를 제시하며, 실제로는 개인 투자자의 매수가 극에 달했을 때가 저점이라는 사실을 알려 준다. 물론, 그 극에 달하는 타이밍을 찾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적어도, 이제 더 이상 개인 투자자들의 투매가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섰을 때 매수하는 전략이 유효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외에 무상증자 공시일을 이용한 매매라든가, KOSPI200 편입/제외를 이용한 전략 등에 대한 해법을 제시해준다. 물론, 이에 대한 통계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전략이다.

국내 저자가 쓴 주식투자 관련 서적은 대체로 불신하곤 하였는데, 이것 또한 나의 편견이었음을 이 책을 통하여 깨닫게 되었다. 여전히 외국 번역서를 선호하긴 하지만, 국내에도 좋은 책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적어도 이 책은 그러하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