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우먼

저스티스리그의 일환으로 탄생한 수퍼맨 vs 배트맨이 개봉했을 때 꽤나 실망했음에도 원더우먼이라는 존재로 인하여 저스티스리그의 기대를 이어갔다. 그래서, 이번에 개봉하는 원더우먼에 대한 기대치가 다소 높은 편이었다. 그래서인지 좀 실망스럽다.

아마존들의 섬에서 곱게(?) 자라다가 다른 세상으로 온다는 컨셉, 이로 인하여 백치 놀이 하던 초반, 그리고, 정의감에 불타 독일과 영국군이 대치하고 있던 전선에서 기관총 세례를 방패로 막으며 전진할 때까지만 해도 상당히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진행되었는데, 다시 한번 각성하여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원더우먼의 액션은 다소 유치함이 묻어 있었다. 전쟁이 참호전 양상으로 치닫는 것을 보니 제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것같다.

이런 히어로물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좀 더 잘 만들 수 있었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DC코믹스의 영화화는 마블코믹스 진영보다 여러모로 관객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는 것같다.

영화 자체의 만족도와는 별개로, 이번 원더우먼을 통해서 처음 알게된 갤 가돗Gal Gadot이라는 배우의 매력은 엄청나다. 뭔가 이국적인 외모에서 순수함과 퇴폐미가 공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스라엘 출신 배우에게 늘 따라붙는 정치/종교적인 비난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기대하던 원더우먼의 체형이 아니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난 그녀가 원더우먼 역할에 매우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과연 갤 가돗을 대체할 다른 배우가 있기나 한 것일까 싶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