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6.10

『슈퍼허브』 산드라 나비디

『슈퍼허브』 산드라 나비디 『슈퍼허브』라는 꽤 강렬한 제목에 끌려, 대충 책 소개만 보고 읽어 보게 된 신간이다. 여기서 슈퍼허브란 금융권에 강력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유명한 인물들을 뜻한다. 이들은 본인들이 우선 엄청나게 똑똑한 사람들이고, 워커홀릭이며, 돈보다는 사회적 지위를 훨씬 더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그들과 같은 성향의 사람들과 연결되려는 갈망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간의 강력한 네트워크 자체가 엄청난 권력이 된다.

책에서는 이렇게 슈퍼허브에 대한 설명을 잠깐 해주고, 어떤 사람들이 이런 슈퍼허브에 해당하는 지 실제 인물들을 나열해 준다. 물론, 평소에 금융에 대해 관심이 많은 덕택에 내가 아는 이들도 등장하긴 하지만 잘 모르는 슈퍼허브들이 더 많았다. 모든 슈퍼허브들이 대중들에게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일반 대중들 보다는 그들만의 세계가 더 중요하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어마어마한 사람들이라면서 여러 유명인들을 나열하는 것이 그리 재미있지는 않다. 워낙에 다른 세상 사람들같은 그들에 대해서 칭송해 보아도 딱히 공감이 가지는 않는다. 반면에, 책의 후반부에는 이런 슈퍼허브였다가 몰락의 길을 걷는 이들의 예를 나열해 주는데, 그 중에 워낙에 유명한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Dominique Gaston Andre Strauss-Kahn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그렇다. IMF 총재였다가 성추문 스캔들에 연루되어 자리에서 물러났던 바로 그 사람이다. 그 후에도 재기를 노리며 이것저것 해보다가 여의치 않아서 잊혀져 가고 있다고 한다. 이 책에 따르면 한번 몰락한 슈퍼허브가 다시 예전의 명성을 되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어떤 분야든 추락하는 것은 한순간이다.

또한, 작가가 여성이라 그런지, 여성이 이런 슈퍼허브의 자리에 오르는 것이 얼마나 힘든 지에 대해서 자세히 적어 놓았는데, 우선은 가정과 직장의 밸런스를 유지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감으로 인하여 직장에 온 힘을 쏟아붓는 남자들과의 경쟁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한다. 노골적인 표현도 나오는데, 작가가 누군가의 말을 옮겨놓은 것 중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순간 그들의 경력은 끝이다"라는 말이 참으로 충격적이었다. 모두가 똑똑한 그룹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더 많이 일하는 수밖에 없다. 씁쓸하지만 일과 삶의 균형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러한 불리함을 극복하고 슈퍼허브가 된 여성이 있었으니, 그녀가 바로 현재 IMF 총재인 크리스틴 라가르드Christine Lagarde이다. 다른 남성 슈퍼허브들의 길을 쫓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여성으로서의 특징을 잘 살리는 길을 택했던 것이 주요했다고 한다. 여성으로서 남성들의 세계에서 성공하기 위해서 그녀의 방식을 추종해 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책이 워낙 지루해서 중도에 포기할까도 생각했으나, 그냥 관성에 의해서 읽은 경향이 있다. 슈퍼허브급의 야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읽어볼 필요가 있겠으나, 그것이 아니라면...

by 이상욱

  •  
RSS/Feedburner Facebook page GitH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