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데우스』 유발 하라리

동 저자의 『사피엔스』는 내 생애 두 번째로 울림이 있는 논픽션이었다. 그래서, 유발 하라리Yuval Harari 교수의 또다른 책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책을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 『호모데우스』는 나에게 딱히 울림을 주지 못하는 책이었다.

우선 『사피엔스』에서 내가 그렇게 큰 감동을 받았던 것은, 인류가 이룩한 문명이라는 개념, 그리고 더 나아가 국가, 정치, 철학, 종교, 경제 등이 모두 상상력의 산물일 뿐이라는 그 핵심을 너무나 싶고 재미있게 설명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칫 "아무말 대잔치"가 될 수도 있는 이야기를 잘 엮어 놓은 책이 바로 『사피엔스』이다.

반면에 『호모데우스』는 『사피엔스』에서 책을 관통했던 그 핵심 키워드인 "상상력"같은 그런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말 그대로 "아무말 대잔치"가 되고 말았다. 얼핏 인류의 미래에 대해 언급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를 희미하게 느낄 수 있지만, 명료하지는 않다.

영생을 꿈꾸는 페이팔의 창업자 피터 틸Peter Thiel의 이야기나, 미토콘드리아를 대체한 제3의 부모 이야기, 박사학위 소지자중 무려 25%가 성경을 믿는다는 이야기, 심리학 논문에 동원된 피실험자는 대부분 심리학과 학생이라는 이야기 등은 단편적으로 꽤나 재미있었다. 그리고, 흥미로운 점 중의 하나는 작가 본인이 이스라엘인인데, 축구 이야기를 할 때는 독일 선수인 마리오 괴체를 예로 든다는 점이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당시의 트라우마를 극복한 것일까라는 궁금증이 생겨 버렸다.

누군가가 나에게 앞으로 유발 하라리 교수의 신작이 나오면 읽을 것인가라고 물어 본다면, 난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아무말 대잔치"라고 폄하하기는 했지만, "아무말 대잔치"도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며, 그의 "아무말 대잔치"는 다른 이들의 것보다 훨씬 높은 퀄리티를 가지고 있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