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리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어떤 때는 하루에도 몇 번씩 들을 수 있는 너무나 유명한 말이 되어 버렸지만, 정작 읽어보지는 못했던 이야기, 마침내 블라디미르 나보코프Vladimir Nabokov의 소설, 『롤리타』를 읽어 보게 되었다. 읽기 전에는 나이 많은 아저씨가 나이 어린 소녀를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라는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더 심각한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난 어린 여자라고 해서 한국의 고등학생 수준의 여자로 생각했는데, 롤리타Lolita라는 애칭으로 더 잘 알려진 극속의 여자 주인공인 돌로레스 헤이즈는 고작 만13세이다. 즉, 남자 주인공인 험버트는 소아성애자인 것이다. 심지어 롤리타가 나이가 들어 10대 후반이 되면 자신의 취향에서 벗어날 것을 우려하며 롤리타를 임신시켜 그 딸과의 관계를 하겠다는 계획을 꿈꾸기도 한다. 험버트라는 인물은 이렇게나 상상을 초월하는 캐릭터이다.

소아성애자인 험버트는 (딸을 어찌 해보려는 의도인지) 어린 딸을 두고 있는 샬럿 헤이즈와 결혼했으나, 느닷없이 샬럿 헤이즈가 교통사고로 운명을 달리하며, 딸인 돌로레스 헤이즈의 양아버지로서 돌로레스를 농락한다. 그런데, 좀 충격적이었던 것은 이 돌로레스 또한 이 상황을 딱히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아이는 분명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잘못된 것인 줄 알면서도 그냥 양아버지와의 로맨스를 지속한다. 물론, 결국에는 그런 상황에서 벗어나 더 평범한 삶을 살아 가지만... 험버트의 관점에서 씌여진 탓에, 롤리타의 심경 변화가 정확히 어떤 시점부터 일어났는 지는 알 수 없다. 은유적 표현을 내가 캐치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읽고 나서도 딱히 감동을 받거나 이야기에서 스릴을 느끼지는 못했다. 그것은 나의 공감능력 부족일 수도 있고, 사회적으로 금기시된 욕망에 대한 자기 검열 기능이 작동되느라 작품에 집중을 못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성적 취향을 갖고 태어난다는 것은 꽤나 힘겨운 삶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성애같은 경우는 여전히 반대가 많지만, 그래도 그들을 인정해 주자는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한다. 그에 반해서 소아성애라는 것은 바로 감옥행이다. 그저 나의 성적취향이 주류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감사할 따름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