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쌀국수 @에머이 성수점

분짜라는 음식을 처음 경험하면서 알게된 에머이 성수점을 한달만에 방문했다. 당시에 분짜에 나오는 쌀국수면의 퀄리티가 워낙에 훌륭해서, 과연 분짜에 들어가는 쌀국수만 그러한 것인지, 아니면 에머이의 모든 쌀국수가 그런 것인지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더운 여름임에도 사무실 에어콘 바람이 좀 강해서 퇴근 후 따뜻한 쌀국수가 땡겼던 탓도 있다.

저녁 6시도 채 되지 않은 시각에 방문했던 지난 번과 달리 저녁 7시쯤에 도착해보니 손님들이 꽤나 많은 상황, 혹시나 자리가 없나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 쌀국수의 토핑이 몇 가지 있었는데, 가장 기본적이라고 할 수 있는 양지 쌀국수를 선택했다.

그리고, 그리 오랜 시간을 기다리지 않고 쌀국수가 서빙되었다. 양지머리 편육이 몇 조각 들어 있다. 양지머리같이 살코기가 많아서 뻑뻑한 부위를 맛있게 먹는 방법은 역시 오랜시간 고와내어 육질을 부드럽게 하는 것인데, 그런 수고로움을 포기하면서도 그럭저럭 먹을 수준으로 만드는 방법이 바로 극도로 얇게 썰어 내는 것이다. 에머이는 후자를 택한 듯하다. 그래서 뻑뻑하지는 않았지만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 국물 또한 크게 차이점을 찾을 수는 없었다.

반면에, 쌀국수면의 퀄리티는 정말 압도적으로 훌륭했다. 다른 쌀국수집과 다르게 생면을 사용한다고 하던데, 그래서인지 다른 집과는 차원이 다른 식감을 보여준다. 난 쌀국수면을 좋아하는 편이라 왠만하면 그냥 맛있게 먹지만, 쌀국수를 싫어하는 사람은 쌀국수면의 식감이 마치 플라스틱같다고 느껴질 수 있는데, 에머이의 쌀국수면은 쌀국수면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좋아할 것 같은 식감을 보여준다. 물론, 그냥 추측일 뿐, 정말 쌀국수면을 싫어하는 사람도 좋아할 지는 미지수이다.

에머이에서 쌀국수를 먹은 후에는 다른 쌀국수집에서 쌀국수를 먹기 힘들 것같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