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베세이전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지난 달 카림 라시드전을 보러 예술의전당에 들렀다가 지나가는 길에 눈길을 끌던 전시회가 하나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닉 베세이라는 작가의 X-Ray Man이었다. 마침 티몬에서 할인티켓도 팔고 있길래 미리 구매해 두었다가 방문해 보았다.

우리가 시각적 정보에 의존하는 것은 주로 가시광선을 이용한다. 우리의 눈은 가시광선에만 특화되어 있기 때문에 가시광선보다 짧은 파장이나 긴 파장은 볼 수 없다. X-Ray 역시 가시광선보다 훨씬 짧은 파장이다. 닉 베세이Nick Veasey는 이런 X-Ray의 특성을 이용하여 흔히 보는 사물들을 다른 방식으로 보여 준다.

사실 난 이 전시회가 예술인가 기술인가 살짝 햇갈린다. 그러나, 먼저 아이디어 내서 발표하면 장땡인 현대미술의 관점에서 보면 당연히 닉 베세이는 훌륭한 작가임에 틀림없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이렇게 전시회를 연 것은 내가 아는 한 그가 처음이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X-Ray 찍을 때를 생각해서 사물들을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 뭐 그리 대수인가 싶은 사람도 있겠지만, 그것은 잘 세팅된 상태로 특정 상황에서만 국한된 것이라 그런 것이고, 어떤 부분을 투명하게 보여주고 어떤 부분은 불투명하게 보여 줄 지 세밀하게 세팅을 하며 작품을 만드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작품들의 설명을 보면 그런 고충이 조금씩 드러나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 작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리 감흥이 큰 전시회는 아니었다. 피부가 아닌 뼈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X-Ray 사진들이 심미적으로 만족스럽지도 않으며 오히려 거부감을 준다. 진실을 마주하는 것은 때때로 고통스러운 일이기도 하니까... 인물 뿐 아니라 낯설게 보이는 익숙한 다른 사물들 또한 그러하다. 거부감이 덜할 뿐이지, 약간의 신기함 그 이상을 느낄 수는 없었다.

관심이 떨어져서 인지 작품 하나하나에 대한 감상 시간이 짧았고, 그래서, 약 30분만에 다 보고 전시회장을 빠져 나왔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