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S 세트와 새우 단호박 리조토 @살로토봄봄

지난 주부터 조율을 하기 시작하여 마침내 마이존JDR 멤버가 함께 모일 수 있었다. 세 명 시간 맞추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다른 거대 모임들은 어떻게 모이는 지 참 신기할 따름이다. 내가 운을 띄운 대로 성수 맛집으로 알려진 살로토봄봄이 모임 장소이다. 생각해보니 여기 심이누나가 알려준 곳인데... ㅋㅋㅋ

5시 30분에 모임이었는데, Joshua 형님은 꽤나 일찍 도착해서 벌써 좋은 창가 자리를 맡아 놓고 있었다. 거의 한달만에 보는 것이라 그 동안 국내 금융시장 어찌 돌아가는 지도 물어 보고 트레이딩 성과도 듣고 하는데, Davina가 올 생각을 안해... ㅋㅋㅋ 그래서, 15분쯤 기다렸다가 메뉴를 골라 선택을 하였다. T.P.S 세트 하나와 밥을 좋아라 하는 Joshua 형님을 위해 리조또 중에 하나인 새우 비스크와 단호박 리조토Bisque & Sweet Pumpkin Risotto 라는 메뉴를 추가하였다.

T.P.S 세트라 함은 안심구이Tagliata + 피자Pizza + 스파게티Spaghetti의 앞글자를 따서 메뉴 이름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안심을 영어로는 Tenderoin이라고 하는데, 이탈리아어로는 Tagliata라고 하나보다? 나중에 찾아 봐야 겠다. 스파게티 종류는 세 가지 중에 택일할 수 있는데, 안쵸비는 내가 비려서 안먹고 토마토 베이스와 오일 베이스 중에 선택하려니 이미 세트 메뉴 중 하나인 마르게리타를 감안하여 오일베이스인 블랙 올리브로 선택하였다.

가장 먼저 나온 메뉴는 마르게리타 피자였다. 어디에서나 실패하기 어려운 메뉴이기도 하고 뒤집어 말하면 차별화 시키기도 어려운 메뉴이다. 역시 살로토봄봄의 마르게리타 피자도 무난하게 맛있었다. 미리 언급하자면 모든 메뉴들 중에서 두 번째로 마음에 들었다.

그 다음에 나온 메뉴는 새우 비스크와 단호박 리조토라는 긴 이름을 가진 메뉴였는데, 커다란 새우의 식감은 당연히 마음에 들었고, 단호박의 향이 나는 라이스는 뭔가 독특한 맛을 가진 녀석이었다. 밥도 익숙하고 단호박의 맛도 익숙한데, 이렇게 섞어 놓으니 참으로 이질적인 느낌이었다.

그리고, 블랙 올리브 스파게티는 나의 국수 사랑으로 인하여 당연히 맛있는 메뉴였지만, 독특한 식감이 그리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뭔가 이름 있는 레스토랑에서 나오는 파스타 메뉴는 부드러운 면의 식감과 더불어 뭔가 거친 식감을 내는 재료를 섞어서 국수의 지루함을 달래주려는 경향이 강한데, 이것이 늘 내 입에 맞지는 않더라.

마지막으로 나온 안심 구이는 특별히 언급을 하지 않으면 미디움으로 나온다고 하여, 욕심 같았으면 미디움레어로 구워 달라고 하려다가 다른 사람들의 취향도 감안하여 그대로 구워 달라고 하였다. 그러나, 그 선택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안심의 부드러운 식감이 잘 살아 있었다. 아마도 최근에 먹은 (촙 스테이크를 포함하여) 안심 스테이크 중에서 가장 맛있다고 표현해도 부족함이 없을 맛이었다. 난 이 부드러운 안심의 식감을 정말 좋아라 하지만, 아마도 등심 쪽 부위를 선호하는 사람이 먹으면 고기 씹는 맛이 없다고 투정을 부렸을 지도 모르겠다.

살로토 봄봄의 인테리어는 꽤나 고급지고, 테이블간의 간격도 넓어서, 즐겨 찾기엔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에도 불구하고, 싫어할 수 없는 분위기였지만, 저녁시간이 조금 지나자 명성에 걸맞게 테이블이 가득차 버렸고, 자꾸만 우리에게 빈접시를 치워 주겠다며 압박을 가해서 얼마 앉아 있지도 못하고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우리 테이블의 접시에 담긴 마지막 조각을 집어 들자 마자 달려 와서 접시를 빼앗아 가는 느낌이었다. Davina의 다이나믹한 회사 생활을 열심히 듣고 있다가 맥이 딱 끊겨 버려서 좀 짜증이 났다. 다음에 다시 오더라도 토요일 저녁은 피해야 겠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