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딩거 둔켈과 생일케익 @대림창고

살로토봄봄에서 쫓겨나듯 식사를 마친 후, 대림창고를 가보고 싶다는 Davina의 의견을 접수하여 대림창고로 향했다. 그런데, 주말에는 1인당 1만원의 입장료를 받는다는 것이 아닌가! 사실, 그 얘기를 했는데, Joshua 형님은 평일에 가본 경험때문에 아니라며 방문을 했으나... 난 도로 나오려고 했는데, Joshua 형님이 쿨하게 입장료를 계산해 버렸다.

그래서, 우리는 뭔가 입장료를 뽑아야 한다는 심정으로 커피대신 맥주쪽으로 메뉴를 고르게 되었고, Joshua 형님과 Davina는 대림창고에서 가장 비싼 맥주 두 가지를 골랐다. 나 또한 11,000원짜리 메뉴를 고르려고 했으나, 에딩거 둔켈이 있길래 그것을 골랐다. 에딩거 헤페바이젠은 평소에 종종 즐기는 맥주 중에 하나인데 과연 둔켈은 어떨 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맥주가 서빙되는 동안 우리는 대림창고를 둘러 보게 되었는데, 전시된 예술작품은 대충대충 건성으로 보고 지나갔고, 대림창고 자체의 드넓고 내부에서 나무가 자랄 만큼 높은 천장 등을 즐겼다. 테이블간격도 넓고 천장도 이렇게 높으니 우리가 차지하여 즐길 시간과 공간이라는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1만원이라는 입장료가 그리 비싸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이 1만원의 입장료로 맥주 한잔을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가성비가 좋은 펍이 아닌가!

에딩거 둔켈은 기대한 바를 충족시켜 주었다. 다소간의 묵직함과 흑맥주 특유의 고소함이 살아 있었고, 상면발효 맥주 치고는 강한 탄산도 마음에 들었다. 마음에 들어서 너무 빨리 마신 덕에 500ml도 안되는 양에 얼굴이 불그스레 상기 되었다.

이렇게 상기된 상태로 Joshua 형님과 얼마전에 발표된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 뜨거운 논쟁을 했다. 확실히 Joshua 형님과 나의 정치적 간극은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다시 실감하였다. 하지만, Joshua 형님도 이번 정책이 부동산 가격을 잡을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한다. 물론, 난 당연히 잡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뭐 어차피 떨어져도 못사는데 오르는 말던! 결론은 Davina가 승자라는 것? ㅋㅋㅋ

그리고, Davina가 내 생일이 코앞이라며 빠바 생일케익을 준비해 주었다. 살로토봄봄에서부터 들고 왔었는데, 눈치가 없는 난 Davina 부모님 생신인가 하는 생각만 했었지, 내 생일 케익인 줄은 대림창고 가는 길에서야 눈치챌 수 있었다. 오랜만에 생일 케잌을 받으니 찌릿하다. 받아온 초는 셀 수 없이 많았으나 나 민망할까봐 적당히 꼽아 준다. 그리고 둘이서 소심하게 속삭이듯 생일축하노래를 불러 준다. 이제 생일이 그리 반가운 나이도 지났고, 생일 챙겨 받는 것도 민망하며, 더 나아가 요즘은 내가 태어난 것이 뭐 그리 중요한 일인가라는 회의감도 들어 생일 자체에 그리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살아 왔는데, 이렇게 나의 태어남을 애써 케잌으로 기념해 주니 참 고마웠다. 아마도 오랫동안 이 케잌을 잊지 못할 것같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