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숲, 쇼킹 스타우트, 그리고 블랙올리브 크로스티니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

버섯집에서 해프닝끝에 저녁을 먹은 후, 우리는 예정대로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로 향했다. 심이누나는 다소 거리가 떨어진 두 곳이 정해진 것이 뭔가 좀 아다리가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 듯한 분위기였지만, 그래봤자 지하철 한정거장 거리도 안되는 곳이라 기꺼이 걸어갈 수 있었다.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에 도착해서는 대기를 해야 한다는 사실에 조금 놀랐지만, 대기하는 마당이 워낙에 잘 조성되어 있었고, 두자리만 필요해서인지 금방 자리가 나서 실내로 들어갈 수 있었다. 들어가보니 우와~ 이런 분위기였어? 뭔가 스테이지 없는 클럽에 온 기분이 들었다. 비교적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선호하긴 하지만, 이런 분위기 또한 나쁘지는 않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가끔 생기는 어색한 침묵의 시간이 시끄러운 음악에 가려지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 않던가!

우리는 우선 각각 예거 브라운과 서울숲이라는 맥주를 주문했다. 워낙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다루고 있던 탓에 고르는데 약간 애를 먹었다. 이럴 땐 첫장에서 고르라는 하지 않던가! 그래서 선택한 것이 시트러스 향이 나는 서울숲이라는 메뉴였다. 그리고, 누나는 예거 브라운을 선택했다. 사실, 별빛이라는 메뉴를 선택했다가 안주로 선택한 블랙올리브 크로스티니와 어울린다는 이야기에 급변경을...

내가 선택한 서울숲은 딱히 입에 맞는 술은 아니었다. 뭔가 망고주스에 소주를 넣은 듯한 맛이었다. 먹다보니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내가 맥주에서 시트러스 계열의 향이 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번에 깨닫게 되었다. 심이누나가 선택한 예거 브라운을 살짝 맛보았는데, 이것은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난 한잔 더 주문을 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쇼킹 스타우트라는 녀석이었다. 초콜렛맛이 난다고 하여 선택한 것이었는데 한약맛이 난다. 오늘의 맥주 선택은 다 실패! ㅋㅋㅋ 그러고보니 내가 선택했던 녀석들이 둘 다 일반적인 맥주들보다 도수가 높다. 서울숲은 6.5%, 쇼킹 스타우트는 8.5%였다.

여기서도 약간의 무안함을 당했다. 맥주는 금방 나왔는데 안주가 맥주 반을 더 마신 상태에서도 나오지 않자, 우리는 누나가 밀도에서 사다준 큐브크림빵을 맛보려고 비닐백에서 꺼냈다. 그런데, 어메이징 브루 컴퍼니 측에서 누군가가 오더니 외부 음식을 먹을 수 없다며 단호한 자세를 취한다. 알았다며 안주나 빨리 가져다 달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얼마 안있어 안주가 도착했다.

뒤늦게 도착한 블랙올리브 크로스티니는 맛이 훌륭했다. 일반적으로 샌드위치에 들어가는 블랙올리브를 좋아해서 샌드위치 전문점인 서브웨이에서 조합할 때 블랙올리브 많이 넣어 달라곤 하는데, 갈려서 나오기는 했지만 이렇게 듬뿍듬뿍 올리브를 먹을 수 있다니 참으로 행복하다. 다만, 블랙올리브가 맛있는 것은 차가울 때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난 주에 살로토봄봄에서 먹었던 블랙올리브 파스타는 그다지 입에 맞지 않았다.

디제잉을 해주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래서 분위기가 신나고 클럽에 온 듯한 느낌이지만, 레파토리가 심하게 한정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얼릉 먹고 나가라는 뜻일까나... 생각해보면 성수동에서 이름을 날리는 곳들은 공간에 대해서는 관대하지만 시간에 대해서는 의외로 야박하다. 이번에도 그릇을 치워준다며 가져가 버려 얼떨결에 나와 버렸다. 사실, 조금 더 있고 싶었는데...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