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브스테이크 @돈돈정 건대입구점

금요일 저녁, 오랜만에 일찍 퇴근을 하여 저녁을 어디서 먹을까 고민하다가, 최근에 담백질 섭취가 다소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고기를 먹기로 하고 검색을 시작했다. 난 고기를 구워먹는 것을 귀찮아 하고, 또한 혼자온 손님은 고기집에서 환영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최근에 유행하는 캐주얼 스테이크집을 위주로 찾아 보았고, 그렇게 해서 발견한 것이 건대입구 근처에 돈돈정이었다.

짧지만 웨이팅이 있었다. 혼자 웨이팅을 하는 것은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니지만, 금요일 저녁이기도 하고, 플랜B를 준비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웨이팅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 놓고 잠시 기다렸다. 웨이팅 리스트에 두 번째였기에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드디어 내 이름을 불러 준다. 메뉴를 골라야할 차례다. 이름을 보아도 알 수 있듯이 돼지고기 위주의 음식점이었는데, 난 여기서 유일하게 쇠고기를 사용한 큐브스테이크를 선택하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랬을까 싶지만 검색시간은 촉박했고 쇠고기는 먹고 싶었기에 이런 선택을 한 것같다.

정식으로 주문했더니 밥과 몇 가지 밑반찬이 함께 나온다. 그런데 밥의 양이 엄청나게 많다. 먹어 보기도 전에 이미 내가 다 먹을 수 없는 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반면에, 메뉴판의 사진에서 본 것과는 다르게 고기가 구워져 나오는 철판은 생각보다 작았고, 고기의 양도 그다지 많지 않았다. 실망감이 몰려 온다. 소고기만 그런가 해서 다른 테이블을 둘러 보았는데, 다른 테이블도 사정이 비슷하다.

대체적으로 고기의 식감이 부드럽고 나쁘지 않았으나, 가끔 질긴 조각이 섞여 있고 일관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무슨 부위인 줄 잘 모르겠다. 집어 먹을 때마다 식감이 다르다. 나중에 나가면서 어떤 부위를 사용했느냐고 물어 보았으나, 알바도 잘 모르겠다고 한다. 그저, 돼지고기 전문점을 표방하는 곳에서 소고기 메뉴를 선택한 내 잘못이려니 했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