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서 고마워』 토머스 프리드먼

10여년전,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라는 책을 감명깊게 읽었던 기억이 있었다. 당시에 세계화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으며 지역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해서 꽤나 잘 설명을 해준 책이었다. 그래서, 같은 저자인 토머스 프리드먼Thomas Friedman의 『늦어서 고마워』라는 신간이 국내에 출시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후 저자의 명성에 끌려 책을 읽게 되었다. 토머스 프리드먼이 그 사이에 적지 않은 책을 출간했음에도 이번에만 출간 소식을 듣게 된 것은 좀 의아하다.

『늦어서 고마워』는 AI 시대에 대한 이야기이다. 꽤나 많은 분량을 AI 시대가 우리의 삶을 얼마나 빨리 바꿔놓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는 그 속도가 얼마나 빨라질 지를 상세히 설명해 준다. 그리고, 인간의 적응력을 넘어 서는 수준의 변화 속에서 우리가 기댈 곳이 어딘가인가 대한 해결책 같은 것을 제시해 준다.

결론적으로, 이 책에서 많은 것을 얻지는 못했다. AI로 인하여 변화의 속도가 극적으로 빨라졌고, 앞으로는 더 빨라질 것이라는 것은 이 책이 아니어도 이미 느끼고 있으며 그런 이야기에 대해서는 이미 지나치게 자주 노출된 상태이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가 장황하게 씌여져 있는 책을 읽는 것은 꽤나 지루했다. 또한, 저자가 제시한 해결책이라는 것이 지역 공동체인데, 난 공동체주의자도 아니고, 저자의 주장이 다른 유명한 공동체주의자들, 예를들면 마이클 샌델만큼 논리정연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실망감은 예전에 읽었던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에 대한 나의 감정마저 의심을 하게 만들었는데, 당시에 내가 식견이 많이 부족하여 걸작도 아닌 책을 지나치게 신봉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분명 이 책을 통하여 많은 지식을 얻게 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의 변화속도를 이미 민감하게 인지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그저 잔소리 한 번 더 듣는 것 이상이 아닐 것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