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스메이킹』 리스티안 마두스베르그

A.I. 시대의 도래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일자리가 사라질까 우려하고 있는 와중에, 『센스메이킹』은 A.I.가 활약할 수 있는 부분은 명확하게 한계가 있다면서, 만연한 A.I.에 대한 두려움과 우려를 일축하고 비판한다. 나 또한 A.I.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가지고 있기에, 인간이 A.I.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하는 이 책이 끌리게 되었다.

우선 이 책을 통해서 저자인 리스티안 마두스베르그Christian Madsbjerg가 설명하는 A.I.의 한계점은 크게 두 가지라고 볼 수 있다. 첫째는 정량화된 데이터만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여전히 세상의 많은 것들은 정량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정량화된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필요한 A.I.가 역할을 할 수 있는 분야는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난 이 비판에 대해서는 동의하기가 힘들다. 왜냐하면, 많은 기업들이 세상의 데이터들을 지속적으로 정량화하려고 수집하고 분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앞으로 더 많은 세상의 일들이 정량화되어 데이터화될 것이고, 그럴 수록 A.I.가 활약할 분야는 늘어날 것이다.

두번째로 지적한 A.I. 한계점은 바로 인과관계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A.I. 즉, 현재의 머신러닝 기술은 실제로 데이터의 상관관계에 의존하여 결과를 도출하게 되어 있다. 즉, A라는 데이터와 B라는 데이터가 상관관계가 있으면 이를 통해서 결과를 도출하지만, 과연 A로 인하여 B라는 데이터가 나온 것인지, 아니면 B로 인하여 A라는 데이터가 나온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예로 구글의 H1N1 독감 유행 예측 사례를 제시한다. 2009년 당시에 구글은 H1N1의 유행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보다 2주나 먼저 예측하여 센세이션을 일으켰는데, 인과관계가 아닌 상관관계만을 이용하는 머신러닝의 특성 때문에, 그 이후에는 헛다리만 짚어, 전혀 연관성이 없는 데이터를 오독하여 경고를 내보냈다고 한다. 이 문제는 나 역시 동의한다. 획기적인 해결책이 나와서 인과관계까지 분석할 수 있다면 모를까, 현재로서는 머신러닝이 가지고 있는 난제일 수 밖에 없다.

그러면서, 인간이 똑똑해진 기계보다 활약하기 위해서는 센스메이킹이 필요하며, 센스메이킹의 다섯 가지 원칙을 제시하는데, 그 다섯 가지는 다음과 같다:

1. 개인이 아니라 문화를 살핀다
2. 심층적 데이터가 필요하다
3. 동물원이 아니라 초원으로 나간다
4. 제조가 아니라 창조한다
5. GPS가 아니라 북극성을 따라간다

첫번째 원칙으로 제시한 개인이 아니라 문화를 살피라는 내용은 뇌과학에서 말하는 뇌세포 하나하나가 아니라 뇌세포들이 연결된 집합적인 상태를 분석하는 것이 더 효용이 크다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해석하면 될 것같다. 개개인이 특성이 아니라 개개인이 연결된 문화를 파악하는 것이 좀 더 가치있는 결과를 도출할 것이라는 뜻이다. 그 예로 자동차에 얽힌 문화적 차이에 대한 언급은 꽤나 신선했다. 간단히 언급을 하자면, 자율주행을 연구하는 것은 목적지까지 사고없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도착한다라는 명제를 놓고 연구를 하지만, 실제로 인간이 운전을 한다는 것은 다양한 의미와 목적을 내포하고 있다. 책과는 다른 예를 들자면, 출근길에 운전을 하는 것과 휴가를 떠나서 제주도의 해안도로를 운전하는 것은 다르다는 뜻이다. 이 차이를 과연 "목적지를 사고없이 가장 효율적인 루트로 도착한다"라는 명제로 분석하여 도출된 결과와 같을 것인가!

두번째 심층적 데이터에 관한 내용은 정량적 분석은 기계에게 던져 주고, 기계가 쉽게 할 수 없는 정성적 분석을 하라는 뜻으로 이해하면 된다. 이 두번째 원칙에 대해서는 위대한 트레이더인 조지 소로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여 개인적으로 꽤나 흥미있게 읽었다. 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정리해 보자면, 금융 시장은 그 스스로 많은 정량적인 데이터를 양산해 내지만, 그 정량적인 데이터가 시장의 모든 것은 아니다. 즉, 정량화될 수 있는 데이터만으로 금융시장에서 트레이더로서 승자가 될 수는 없다는 뜻이다. 또한, 이런 데이터 분석은 말 그대로 귀납적인 추론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기에, 세상에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일이 벌어졌을 때 기계는 대응할 수가 없다. 늘, 시장을 시스템 트레이딩과 같은 정량적인 방법으로만 판단하려고 했던 나 또한 이 대목을 읽으면서 반성을 하게 되었다.

세번째 원칙인 "동물원이 아니라 초원으로 나간다"는 하이데거를 거론하면서 철학적인 내용을 설파하는 바람에 다소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부족한 능력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해한 이 원칙의 핵심은 raw data에 대한 중요성이었다. 즉, 우리에게 보여지는 가공된 데이터가 아니라 이 가공과정에서 실제로는 중요하지만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되어 버려지는 데이터가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raw data 전체를 심도있게 분석하다보면 중요한 가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뜻이다. 나의 부족한 인문학적 소양으로 인하여, 과연 정확히 내용을 이해했는 지는 아직 자신이 없다.

네번째 원칙인 "제조가 아니라 창조한다"는 좋은 아이디어를 탄생시키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인데, 평소에 책이나 기타 미디어로부터 들어온 내용이었다. 예를 들면, 일을 열심히 하다가 막히면 잠시 휴식을 취하라든가, 달리기를 하다던가, 그러다 보면 갑자기 좋은 아이디어가 탁 나타날 것인가라든가 하는...

다섯번째 "GPS가 아니라 북극성을 따라간다"라는 원칙은 흔히 말하는 "아날로그 감성"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마음대로 결론지어 본다. 그 예로 든 내용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것은 중동의 테러리스트에게 인질로 잡힌 "질 캐럴"의 석방과정에 대한 전략이었다. 인질을 처형하려는 목적을 분석하는 과정, 그리고, 테러리스트들에게 질을 죽여서는 안되고, 질을 죽이면 그들의 목적에 반하는 결과가 도출될 메시지를 알 자지라 방송을 통해서 송출하는 과정은 흥미로움을 넘어서 감동적이었다. 이미 A.I.가 인간의 표정 이미지를 이용하여 감정상태까지 파악하는 단계까지 도달했는데, 미래에는 과연 A.I.가 개개인의 감정상태를 넘어서서 대중의 감정상태를 분석할 수 있는 시대가 올 수 있을 지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이 책을 읽은 후, 난 앞으로 머신러닝을 잘 이용하는 방법을 공부할 것이 아니라, 머신러닝이 할 수 없는, 즉 정량적으로 처리할 수 없는 것을 찾고, 또한 정성적 분석 스킬을 연마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량적 분석은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같은 거대 기업에 맡기고, 그들이 할 수 없거나 관심이 없는 세세하고 깊은 통찰이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찾는 것이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살아 남을 수 있는 길일 지도 모르겠다. 정량화가 어려운 니치마켓을 찾아야 하는 것일까?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내용 외에 꽤나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알게 되었는데, 미국에서 스테이크를 굽는 단계를 레어-미디움레어-미디움-미디움웰던-웰던의 다섯가지 단계로 나누는데 반해, 프랑스에서는 아홉까지 단계가 있다고 한다. 미식에 이제서야 눈을 뜨고 배워가는 초보 미식가의 입장에서 프랑스인들의 미식능력에 존경을 표하는 바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