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속엔 미생물이 너무도 많아』 애드 용

『내 속엔 미생물이 너무도 많아』을 읽은 후, 나라는 존재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라는 존재를 정의하는 것이 생물학적으로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런 존재론적인 충격을 받은 것은 리처드 도킨스의 저서인 『이기적 유전자』를 읽은 이후 처음이다.

『내 속엔 미생물이 너무도 많아』는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미생물에 대한 이야기이다. 특히나, 그 중에서 관심을 끄는 것은 인간의 몸에 서식하는 미생물에 대한 이야기이다. 뭔가 가요 대사같은 한국어 제목을 보면 쉬운 책같이 보이지만, 생각보다 진지한 책이다. 『I contain multitudes』라는 원제가 이 책을 좀 더 잘 설명해주는 것같이 보이지만, 한국어판 제목이 좀 더 많은 독자를 확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 책을 몇 마디로 요약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도 요약해 보자면,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생태계이고, 이 생태계에서 살아가는 세균들과 공생관계에 있기도 하고 때론 적대적인 관계이기도 하지만, 항생제를 사용해 세균들을 박멸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며, 이들과의 관계를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도가 될 것이다. 이러한 커다란 주제를 재미있게 풀어 가는 자잘한 이야기들이 참으로 다채롭게 펼쳐져 있다.

가장 흥미로운 내용은 역시 프로바이오틱스 관점에서 중요시되는 유산균에 관한 이야기였다. 유산균 발효제품들의 광고 때문에 익숙해진 이름들이 등장한다. 우선, 메치니코프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생명연장의 꿈"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요거트 제품이 기억나는데, 실제로 메치니코프는 이런 프로바이오틱스를 연구했던 학자였다. 또한, 이런 발효에 참여 하는 균 중에 불가리안 바실루스라는 이름을 가진 녀석이 있다. 이 역시 익숙한 이름이다.

안타깝게도 이런 프로바이오틱스 계열의 식품들은 그 효과가 미미하거나 증명되지 않았다고 한다. 즉, 몸에 이로운 작용을 하는 유산균 등이 들어간 요거트를 마신다고 하더라도, 그 양이 이미 장내에 정착한 미생물들의 수에 비하면 현저히 적은 양이며, 이렇게 외부에서 들어온 미생물들이 장내에 잘 정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그나마, 잠시 머무르는 동안 긍정적인 활동을 하는 것 정도를 기대하는 수준이랄까... 따라서, 비싼 돈주고 요거트를 사먹는 것은 돈낭비일 뿐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모유 수유에 대한 이야기 또한 흥미로웠는데, 모유를 먹이는 것은 단순히 영양분을 아이에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가 가지고 있는 세균들을 아이에게 전달하는 과정이며, 이런 세균들이 아이의 장내에 정착하여 초기 세균 생태계를 형성하게 된다고 한다. 모유를 먹여야 하는 진정한 이유는 장내 미생물 생태계의 형성이라고 할 수 있다.

자연분만과 제왕절개의 차이점에 관한 이야기 또한 흥미로웠는데, 여성의 질내에는 다양한 세균들이 생태계를 이루고 있으며, 따라서, 자연분만을 통해서 아이가 이 질을 통과하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엄마의 세균들이 아이에게 전달된다고 한다. 물론, 대부분의 이런 세균들은 아이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이며,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이는 그 만큼 초기에 자신의 미생물 생태계를 형성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이 외에 가족이나 연인들은 유사한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심지어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이 미생물 생태계를 다양화 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내용도 놀라웠다. 많은 사람들과 접촉을 하는 것이 몸안밖의 미생물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좋은 방법이라는... 종종 오래사는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과 접촉을 한다고 하던데, 이런 이유가 아닐까라는 추측을 해본다.

인간이 아니라 곤충이나 식물 등에서 생태계를 유지하는 많은 미생물에 관한 이야기도 담겨 있지만, 역시나 인간의 몸에서 살아가는 미생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더 와닿고 흥미도 있었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