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치메이커스』 데이비드 에반스, 리처드 슈말렌지

『매치메이커스』는 제목만 보면 마치 결혼정보회사 직원들의 생생한 활약을 그린 소설같은 느낌이 들 수도 있겠지만, 플랫폼 비지니스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플랫폼 비지니스의 특성상 꽤나 알려진 기업들이 등장하고, 책을 다 읽을 때 즈음이면 그들의 흥망성쇠에 관한 흐름을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다.

플랫폼 비지니스라고 하면 뭔가 이미 아는 것같은데 설명하자면 좀 막연한 감이 있다. 이 책에서 설명하는 플랫폼 비지니스를 요약하자면, 세상이 점점 복잡해질 수록 수요자와 공급자가 괴리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마련이고,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내 고도화하며 시장의 마찰을 줄여나가면서 거기서 발생하는 브로커리지를 수익으로 취하는 비지니스를 플랫폼 비지니스라고 한다. 결혼정보회사도 이러한 플랫폼 비지니스의 일종이긴 하지만, 이 책에 주인공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 다만, 데이트 파트너를 찾아주는 서비스 정도가 언급될 뿐이다.

플랫폼 비지니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해당 수요자와 공급자의 괴리가 얼마나 큰가를 먼저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 책에서는 이 괴리를 마찰이라는 용어로 설명하는데, 시장 참여자들의 마찰을 파악한다는 뜻은 시장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 문제점을 파악하는 것이고, 그 문제점을 해결하면 수익을 얻는 것이다.

마찰이 너무 작은 경우, 플랫폼을 만들기 어렵다. 예를 들면, 애플은 애플 페이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하여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그들의 목표에는 터무니 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 이유는 애플 페이 말고도 그럭저럭 어렵지 않은 결제 방식들이 다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으로 세련미 넘치게 결제를 하는 것은 우아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냥 현금을 내거나 신용카드로 결제를 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다. 따라서, 결제 시장의 참여자들은 굳이 애플 페이를 간절히 바라지는 않게 된다.

플랫폼의 참여자 중 일부는 비용을 지불하지 않거나 상당히 미미한 비용만 지불하기도 하는데, 이런 형태를 저자는 보조금이라고 표현해 놓았다. 예를 들면, 나이트클럽에서는 종종 여성들에게는 입장료를 받지 않고,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구직자는 대체로 돈을 지불하지 않는다. 또한, 비디오 게임 시장에서 소니가 플레이 스테이션을 원가 이하로 사용자들에게 판매하는 경우도 그러한 예에 해당된다. 따라서, 플랫폼 비지니스를 하려면 이러한 보조금이 얼마나 필요하며, 얼마나 효과적인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는 상식적으로도 이해를 하고 있는 내용이지만, 책에서는 리스트를 만들어 잘 정리해 놓았다.

겉으로 보면 뭔가 별 노력을 하지 않고도 중간에서 마진을 가로채는 듯해 보이고, 그래서, 누구나 플랫폼을 만들고 싶어 하지만, 플랫폼 비지니스에서 성공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수익으로 치환될 수 있는 만큼의 큰 마찰이 있는 시장을 찾는 것이 쉽지 않고, 그 마찰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플랫폼을 형성하는데 보조금과 같은 많은 비용이 발생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많은 자본이 필요할 수도 있다. 게다가, 플랫폼은 처음 몇 년 안에 성공하지 못하면 대부분 실패한다. 즉, 시간 싸움이기도 하다.

누구나 알리바바나 아마존, 또는 페이스북같은 기업을 일으키고 싶어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매치메이커스』를 읽으면서 실감하게 되었다. 물론, 읽기 전에도 당연히 어려운 것을 알고 있긴 했지만, 체계적으로 그 장애물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었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