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칭』 애슐리 몬터규

얼마 전에 읽었던 애드 용의 저서 『내 속엔 미생물이 너무도 많아』를 통해, 엄마가 모유수유를 통해서 아이에게 미생물을 자연스럽게 전달해 줌으로써 아이에게 유익한 미생물 생태계를 형성해 주고, 이 미생물들이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번에 읽게된 『터칭』은 모유수유 과정에서 엄마와의 자연스러운 접촉이 정서적으로나 생리학적으로 아이에게 얼마나 중요한 지에 대해 여러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심지어 엄마에게도 무척 중요한 과정이라는 점이 놀라웠다.

인간의 5감 중 하나인 촉각은 다른 감각에 비해서 큰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런 와중에 국내에서 이 책이 발간된 것이다. 다만, 이 책의 원서는 70년대에 발간이 되었는데, 느닷없이 지금 국내에 출판된 이유는 잘 모르겠다.

촉각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쌓고자 했던 나의 기대와는 달리, 『터칭』은 엄마와 아이의 신체적인 접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물론, 다른 이야기들도 있지만, 모두 엄마와 아이의 접촉에 대한 이야기에서 파생되어 기술되거나, 아니면 이것의 주장을 더 강화하기 위한 수단이거나, 그것도 아니면 그냥 곁다리로 넣은 내용들 뿐이다.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아이에게 모유수유를 함으로 인하여 엄마의 생체 리듬이나 여러 가지 호르몬들이 정상적으로 동작을 한다는 점이었다. 당연히 아이에게 정서적으로 긍정적인 요소가 될 것이라는 점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오히려 엄마에게 아이의 터칭이 호르몬의 흐름을 변화시키는 트리거가 된다는 점은 꽤나 신비롭게 느껴졌다.

또한, 유아기때 엄마에 의하여 잘 보듬어지면서 자란 아이가 성인이 되어서도 정서적으로 안정적인 사람이 되며, 엄마의 촉각적인 결핍이 성인이 되어서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적어도 무뚝뚝한 인간이 된다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아이가 태어나자 마자 엄마와 아이를 떼어 놓는 병원의 행태가 크게 잘못되었다고 비판한다.

과연 어디까지 믿어야 할 지 잘 모르겠다 싶을 정도로 엄마와 아이의 촉각적 연결을 강조하고 있다. 모유수유를 하면 목소리가 좋아지고 발음이 명확해진다고 하질 않나, 모유수유 과정에서의 자세로 인하여 더 잘생겨진다고 하질 않나, 심지어 뇌하수체저하증의 원인 중 하나가 엄마로부터 충분히 사랑받지 못했기 때문에 생기는 질환이라고까지 이야기 한다.

워낙 모성애의 중요성에 초점을 맞춰 기술을 하다보니 미혼 남성으로서 참 지루한 독서가 되고 말았다. 과연 이것이 굳이 500여쪽을 넘게 할애하여 씌여져야 할 이야기인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나중에는 너무 지루해서 후반부는 건성건성 읽으며 기계적으로 책장을 넘기기도 했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