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의 감각』 이나라, 티에리 베제쿠르

『풍경의 감각』은 서울 여자인 이나라씨와 파리 남자인 티에리 베제쿠르씨가 각각 서울과 파리를 엣세이 형식으로 자유롭게 기술한 책이다. 난 당연히 이 책이 엣세이로 분류되엇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교보문고에는 인문교양서적으로 분류되어 있다. 내가 엣세이라는 장르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걸까?

한국인들은 비교하는 문화에 찌들어 있기 때문인지 늘 외국인들이 한국을 어찌 생각하는지 궁금해 하는 것같다. 나 또한 그러한 습성을 버리지 못하는 듯하다. 그래서, 서울 여자의 파리 이야기 보다는 파리 남자의 서울 이야기에 더 끌렸다. 물론, 티에리 베제쿠르씨의 글이 좀 더 사실적이고 담백하며 이나라씨의 글은 좀 더 감성적인 측면이 있기에 취향에 따른 선호일 수도 있을 것이다.

예전에 TV에서 방영한 어느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도 본 것 같은데, 파리에서 아파트란 House라는 것을 가질 수 없는 저소득층이 어쩔 수 없이 거주하는 질낮은 주거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한다. 정부 당국에서 그러한 이미지를 재고하고자 갖은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파리의 아파트들은 저소득층이 거주하는 최악의 주거형태로 남아 있다. 이러한 문화에서 살아온 파리 남자는 한국의 휘양찬란한 아파트들을 보면서 놀라움을 표현한다. 다만, 예전에 보았던 그 다큐멘터리에서는 한국인의 아파트 선호현상을 다소 비뚤어졌진 취향이라는 관점에서 다루는 듯해 보였던 반면, 이 파리 남자는 아파트를 효율적인 주거공간으로 봐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책 잘 팔리라고 긍정적으로 써준 것일 수도...

흥미로웠던 점을 한 가지 더 언급하자면, 한국의 카페와 파리의 카페에 대한 이야기를 꼽고 싶다. 늘 우리는 에펠탑이 보이는 파리의 카페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는 광경을 동경하지만, 파리의 카페는 그렇게 낭만적이기만 한 공간은 아닌 듯하다. 한국의 카페들이 훨씬 더 친절하고 오랫동안 앉아 있는데 제약이 없으며 일하기도 좋은 장소인 반면, 파리 카페들의 종업원들은 꽤나 불친절하며, 일정 시간이 지나면 한 잔 더 주문하라며 노골적으로 압박을 한다고 한다. 10년전쯤 파리의 카페에 앉아서 쿠키 하나와 커피 한 잔을 주문해서 시간을 보냈던 경험이 있는데, 오랫동안 앉아 있지 않아서 그런지 딱히 압박을 받았던 경험은 없어서 좀 의아했다. 또한, 파리의 카페에서는 낯선 사람들에게 말을 건네는 것이 꽤나 일상적이라고 한다. 심지어 카페 주인이나 알바들도 시시껄껄한 이야기부터 정치이야기까지 다양한 대화에 적극 참여한다고...

이 책을 읽기 전에도 갖고 있는 생각이지만, 난 서울이 전세계 어느 도시에 비추어 보더라도 참 살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오래된 건물을 보존하기 위해서 재건축을 제약하는 파리보다는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는 역동적인 서울이 좋다. 2016년의 서울은 2017년의 서울과 다르다. 그리고 2018년의 서울은 또다른 모습일 것이다. 난 서울이라는 도시에 그대로 머무르지만 여러 도시를 경험하는 듯한 이 느낌이 좋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