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비오 칼베티전 @한가람미술관

예술의전당 로비에 위치한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에서는 어마어마한 작품이 오지는 않지만, 종종 괜찮은 작가들의 미니멀한 전시가 열리곤 한다. 이번에 관람하게된 파비오 칼베티Fabio Calvetti전도 그러한 전시 중 하나이다. 파비오 칼베티라는 작가의 이름은 처음 들어 보았고, 생존해 있는 화기이기도 하니, 아직 전세계적인 유명세를 가진 작가는 아닌 듯하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의 컨셉은 "외로움"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가가 이러한 작품만 그리는 지는 알 수 없지만, 이번에 전시된 작품들은 공통적으로 외로움이라는 주제를 향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보고 있으면, 그러한 감정이 확연히 느껴진다. 그 이유가 대부분의 작품에 등장하는 (동일 모델로 추정되는) 한 여인의 표정 때문인지, 아니면 그 주위의 미장센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작품 설명에는 콜라주 기법에 대한 언급이 많은데, 내가 주목했던 기법은 바로 스크래치 기법이었다. 스크래치 기법이란 색을 두겹으로 칠해 놓고 뾰족한 도구로 긁어 내어 안쪽에 칠한 색을 드러나게 하는 기법으로 미술시간에도 종종 배우던 기법이다. 파비오 칼베티는 특히 이러한 기법을 마루바닥을 표현하는데 잘 사용한 것같다. 거칠게 긁어내어 마루바닥의 질감이 잘 살아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실제로 런던에서 경험했던 삐걱거리던 마루바닥의 소리가 들려오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다.

전반적으로 추상미술이 득세하는 현대미술의 트렌드에서 이 작가가 과연 주목받을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현존하는 작가들도 종종 회화적인 요소에 충실한 그림을 그려줬으면 좋겠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