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

이제껏, 제니퍼 로렌스Jennifer Lawrence가 출연하는 영화를 보면서 실패한 적은 없었다. 그것이 그녀의 연기력 때문이든, 아니면 그녀가 영화 선택하는 눈이 좋은 것이든, 이번에도 그녀가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주저없이 마더!를 보러 극장을 찾았다. 그런데, 마더!는 좀 아닌 것같다.

마더!가 실패작이라고 말하기는 좀 어렵다. 돈이 아깝다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을 해주겠는가라고 묻는다면 그리 쉽게 Yes!라는 대답이 나오기 힘들 것같다. 우선, 영화가 너무 어렵다. 나의 이해력이 부족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도대체 이 결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호하다. 일부러 이런 결말을 만든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 시인이 어여쁘고 어린 아내와 함께 인적이 드문 어느 저택에 살고 있다. 너무도 고요해서 마루 삐걱되는 소리마저 매우 거슬린다. 기분 나쁜 고요함이다. 이 저택은 화재가 났었지만, 그의 예쁜 아내가 정성껏 조금씩 꾸민 결과 그럴 듯한 집이 되어 가고 있다. 물론, 아직 잘 꾸며지지 않은 곳은 여전히 으스스한 분위기를 풍기지만, 곧 그녀의 손길이 닿으면 멋진 공간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어리고 이쁜 아내를 대하는 이 시인의 태도가 너무나 담백하다. 마치 몇 십년 같이 살아온 사람을 보는 듯, 전혀 사랑스러워 하지 않는 느낌이다. 아내도 이러한 느낌 때문에 시무룩하다. 도대체, 이 부부의 관계는 왜 이리 무미건조한 것일까? 이 무미건조한 관계가 결말의 힌트인 것일 수도 있다.

커다란 공간에 부부 두 사람만 살다가, 어느 날, 손님이 찾아 온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시인의 팬이다. 그러다가, 갑자기 이 팬의 아내도 찾아 온다. 그런데, 이 아내의 태도는 불청객으로서의 미안함이 결여되어 있으며, 오히려 안아무인의 공동거주자같다. 이러한 태도가 어린 아내를 신경쓰이게 한다. 심지어, 이들의 아들들까지 찾아 온다. 이들 또한 따뜻하게 불청객을 맞이해 주는 부부에 대한 감사함이 결여되어 있다. 이 불청객들의 태도 때문에 화가난 아내는 시인에게 이들을 내보내라고 하지만, 시인은 이들에게 영감을 받아 정체되어 있던 작품활동에 동기부여가 된다며 아내의 요청을 무시한다.

호러 장르이면서도 서스펜스 장르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알고 극장을 찾았기 때문에, 계속 생각을 하면서 영화를 보았다. 즉, 누가 미친 것일까, 또는 누가 유령인가 같은 기존의 서스펜스 장르의 영화에서 보여준 반전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 노력을 해보았다. 그런데, 전혀 알 수가 없었고, 영화를 보고난 이후에도 아리까리했다. 시인이 시간을 통제하는 것일까? 계속 반복시키는 것일까? 이 공간과 시간은 시인의 머릿속에 있는 것일까?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