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지점 통폐합

카카오뱅크에 자극을 받아서인지, 은행들의 지점 통폐합은 얼마 전부터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었으나, 그것은 그저 시골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아파트 입구 게시판에 상가에 입점해 있던 신한은행이 폐점된다는 게시판을 보니 뭔가 좀 더 현실적인 문제라는 것을 체감하게 되었다. 사실, 처음에는 시대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는 이들의 땡깡 정도로만 생각하고 피식했는데, 단순한 문제는 아닌 것같다.

신한은행을 자주 사용하지는 않지만, 근처에서 현금 출금할 일이 있을 때 유용하기 때문에 신한은행 계좌를 가지고 있긴 해서, 이미 신한은행으로부터 해당 지점이 없어진다는 이야기를 이메일로 받긴 했다. 하지만, 그렇게 이메일을 받을 때도 별로 느끼지 못한 것인데, 아파트 주민들이 심각하게 생각하는 걸 보니 이제서야 약간의 위기의식을 느끼게 된 것이다.

물론, SC제일은행이 조금 더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고, 나 또한 SC제일은행을 좀 더 자주 사용하고 있으며, 아파트 주민들도 신한은행과 SC제일은행을 모두 이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문제는 과연 SC제일은행은 해당 지점을 그대로 놔둘 것인가라는 점이다. 내가 정책 결정자라고 해도 폐점을 할 것같다. 이렇게 되면, 반경 500m 안에 은행이 하나도 없는 셈이 된다.

집에 직장인이 한 명도 없는 사람들은 과연 현금 입출금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실제로 우리 아파트는 노년층의 비율이 높은 편인데, 이런 계층에게 이것은 큰 문제임이 틀림없다. 돈을 뽑으러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 우리 동네에서 어쩌면 3년 안에 그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까 싶다.

인터넷 은행과의 직접적인 경쟁에 직면한 은행을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은행에서 해줄 수 있는 일은 아마도 출장소 같은 것을 만들어서 관리하는 수준이 될 것이다. 실제로 입출금 업무는 출장소로 충분하기도 하다. 그런데, 출장소는 지점보다 ATM기 관리가 잘 될 가능성이 크다. ATM기에 카드복제기기를 몰래 설치하는 사고가 빈번한 상황에서 분명 리스크 요인이다.

지폐가 귀한 세상이 올 것같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