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투자가 퀀트』 권용진

BOA가 메릴린치를 인수하기 전, 메릴린치에서 퀀트로 일했던 권용진씨가 자신의 트레이딩 스토리를 담아 놓은 책이 『인공지능 투자가 퀀트』이다. 퀀트란 Quantitative analyst의 약자로, 시장을 정량적으로 접근하여 트레이딩/투자하는 사람을 통칭하여 일컫는 말이다.

시스템 트레이딩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또는 시스템 트레이딩을 이미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봄직한 이야기이다. 메이저 투자은행들이 어떻게 데이터를 이용하여 트레이딩을 하는 지 알면 자신의 시스템이 얼마나 보잘 것없는 지, 또, 자신들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사람들과 경쟁을 하고 있는 지를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체적으로 주식투자나 선물옵션 등의 파생상품 트레이딩을 하는 개인 투자자/트레이더들은 자신의 실력을 과신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이런 책을 보면서 메타 인지 레벨을 올릴 필요가 있다.

메릴린치에서 사용했던 전략은 주식쪽에서는 방향성 매매를 했을 지 모르겠으나, 책에서 언급된 내용도 대부분 그러하고 아비터리지를 노리는 것이었다. 즉, 시장 상황에 맞춰 옵션 시장에 주문을 쫘악 깔아 놓고 호가 갭 등을 이용하여 그때그때의 슬리피지를 차곡차곡 쌓아 가는 전략이다. 따라서, 경쟁 투자은행보다 더 빨리 주문을 넣기 위해 빠른 연산과 빠른 네트워크 회선이 필요하다. 이러한 전략은 사실 개인 트레이더 입장에서는 따라할 수도 없다.

재미있었던 점은 각각의 퀀트들은 상대에게 자신의 전략을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쓰면서도, 어떤 퀀트들은 이렇게 남의 전략을 도둑질 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한다는 점이었다. 위장 입사까지 해가면서 전략을 훔치려는 모습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또 한가지 알게된 점이라고 하면, 대형 투자은행에서도 함부로 딥러닝으로 트레이딩 알고리즘을 만들지는 않는 듯하다. 상관관계를 찾는 것은 꽤나 잘해내는 딥러닝이지만, 인과관계를 찾는 것은 하지 못하는 약점 때문이다. 저자가 활약했을 때와 지금은 또 시차가 있으니, 지금은 어떨 지 모르겠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