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꾼"이라는 한 글자로 영화 제목을 지어 버린 대범함 만큼이나 영화 꾼의 이야기는 스케일이 꽤 크다. 액션의 스케일이 큰 것이 아니라, 스토리의 스케일이 크다. 사기 치는 많은 영화가 있었지만, 이번에 개봉한 꾼은 꽤 재미있는 축에 든다. 예전에 박신양 주연의 범죄의 재구성 같은 느낌이 살짝 들기도 한다.

번듯한 부잣집 아들래미 역할만 할 것같았던 현빈이 군대를 갔다오더니 어느덧 영화판에서 꽤 거친 사나이로 이미지를 굳힌 듯하다. 이번에는 사기꾼 캐릭터다. 그것도 머리가 좋아서 큰 판을 설계하는 대사기꾼으로 등장한다. 반면에 이제는 어느덧 악역이 더 잘 어울리는 배우가 되어 버린 유지태가 출세에 눈이 멀어 어둠의 세계에 발담그기를 두려워 하지 않는 타락한 검사역을 맡았다. 그리고, 그들의 두뇌게임은 꽤나 볼만하다.

하지만, 결말은 뭔가 완성도가 떨어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속고 속이는 사기극에서 승자가 밝혀지고, 흥미를 위해서 관객에게 사기의 전말을 보여주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나, 그 전말이 딱히 와닿지가 않는다. 장두칠에게 당했던 사람들이라는 결집 요소는 이해가 가지만,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사람이 어떻게 그런 양아치스러운 사기꾼으로 변신할 수 있으려나 의아하다.

그래서인지, 영화가 끝나고 나면 생각나는 것은 춘자밖에 없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