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엔트 특급 살인

아가사 크리스티의 원작소설인 『오리엔트 특급 살인Murder on the Orient Express』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그래서, 모두들 아는 이야기라고 하지만, 난 이 원작 소설을 읽어본 적이 없어서 내용을 알지 못하고 극장으로 들어 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반에는 지루함을 느꼈다. 난 고전 추리소설을 읽을 때면 지루함을 느끼곤 하는데, 이번 오리엔트 특급 살인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추리 소설이 성향에 안맞는 것인지...

반면, 후반부로 갈 수록 지루함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원작 소설의 결말을 모르는 것이 장점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열차 승객의 누구도 용의선상에서 제외하기가 참 까다로운, 뭔가 다들 캥기는 것이 있는 듯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긴장감도 높아져 간다. 결말을 알았더라면 이러한 긴장감은 느낄 수 없었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이런 결말이 고전 치고는 꽤나 획기적이지 않나라는 생각을 해본다. 최근까지 발매된 다른 추리소설을 보아도 이 정도의 결말을 만드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한 때 좋아하는 배우였던 페넬로페 크루즈Penelope Cruz를 오랜만에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으나, 작중 분량이 그리 많지도 않을 뿐더러 세월의 흐름을 빗겨가지 못한 모습에 살짝 아련한 느낌이 들었다. 탐 크루즈 만나기 전이 역시 전성기였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