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탱이와 송년회 @포차 팩토리

기혼 친구를 불러내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아무리 좋게 포장을 해도 가족들과의 오붓한 시간을 빼앗는 셈이고, 모처럼 만난다고 해도 중간중간 언제 들어오냐고 집에서 전화가 오기 일수인 지라 좀 꺼리게 된다. 그럼에도 연말이라는 핑계로 곰탱이를 불러내어 둘이서 송년회 비슷무레한 것을 하였다. 곰탱이도 기꺼이 강남으로 와주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평소와는 다르게 곰탱이가 송년회 장소를 적극적으로 추천하였는데, 그곳이 바로 강남 교보문고 근처에 위치한 포차 팩토리라는 곳이다. 다른 사람들고 한 번 와봤는데 분위기가 마음에 든단다. 시스템이나 전반적인 분위기가 예전에 스터디 끝나고 자주 같던 7트레인과 비슷한 느낌이다.

우리가 처음 주문한 것은 치킨과 큐브 스테이크였는데, 둘 다 맛이 나쁘지 않았다. 물론, 치킨과 스테이크가 맛없기도 힘들다. 뭔가 술을 위주로 파는 곳은 안주의 퀄리티가 마음에 안드는 경우도 많은데, 다행히 포차 팩토리의 안주들은 퀄리티가 나쁘지 않았다.

추가로 중국식으로 요리한 칠리 새우도 주문했는데, 불맛이 나면서 새우 특유의 식감이 살아 있어 마음에 들었다. 이 역시 새우 요리가 맛없기가 힘들다. 세 가지 모두 내가 좋아하는 메뉴라 맛있게 먹어 주었다. 그런데, 정작 가장 많이 먹은 것은 마음껏 퍼다가 먹을 수 있는 팝콘이었다. 비교적 자그마한 컵을 하나 주고 마음껏 퍼다 먹으라고 하긴 했지만, 팝콘을 가지러 가는 것이 귀찮을 법도 한데, 그냥 운동삼아, 그리고 술 깰겸 여러 번 다녀 왔다.

맥주 또한 1만원 정도를 내면 무한정 마실 수 있어, 평소에는 국내 맥주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으나, 시원한 맛에 마음껏 마셔 주었다. 사실, 난 국내 맥주를 폄하하는 편인데, 정말 치킨이나 강한 양념이 올라간 음식과 먹을 때는 밍밍한 국내 맥주가 그리 나쁘지는 않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든 램지가 말한 것이 이런 콤비네이션인 것일까! 아니야, 취해서 맥주맛을 잘 모른 것일 수도...

아무래도 이야기 꺼리는 주로 나의 새로운 직장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는데, 곰탱이가 나보러 좋은 기회라며, 코딩 고만하고 상담 배우라고 농담반 진담반 강권을 하여 피식했다.

그나저나, 여기 예전에 왔었던 결제 내역이 있으면 안주를 반값에 주는 이벤트를 하고 있어서 몇 만원 이득을 보았다. 곰탱이가 지난 번 결제 내역을 증빙했던 것이다! ㅎㅎㅎ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