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회 @강릉집

출퇴근길에 그리 화려하지 않은 횟집이 하나 있다. 강릉집이라고 불리우는 이 초라한 집 유리문에 종이로 써붙인 방어회 25,000원이라는 문구가 결국 나에게 강릉집의 문을 열게 만들었다. 가게 앞 수족관에 그다지 큰 녀석은 안보였기에 귀하다는 대방어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이번 겨울에 방어 한 번 먹고 지나가고픈 생각이 들었는데, 출퇴근길마다 이렇게 "방어회 25,000원" 문구를 보게 되니 아니 먹을 수가 없다. 특히나 토요일 출근, 씁쓸한 마음을 달래고자 드디어 문을 열고 들어가서 물어 본다. "방어 지금 되나요?"

가게 주인 아저씨가 가게 앞 수족관에서 방어 한마리를 잡아다가 포를 뜨기 시작한다. 손질을 하는 동안 이것저것 사이드 메뉴를 가져다 준다. 2인분 정도의 양을 혼자서 먹을 생각에 사이드 메뉴는 조금씩만 먹고 기다린다. 그리고, 마침내 방어회 한접시가 서빙 되었다. 평소같으면 청하 한 병을 시켜서 2/3 병 정도를 먹었을 텐데, 점심때이기도 하고 다음 일정이 있어서 아쉽게도 술은 생략했다.

쫄깃함이 극대화된 광어와 비교하면 조금 더 부드러운 맛이다. 그래서인지 좀 더 두툼하게 썰어져 나왔다. 대방어가 아니라서 그런지 특별히 감칠맛이 나거나 하지는 않지만, 살이 잘 오른 겨울철의 방어라 식감만큼은 마음에 든다. 하지만, 난 그래도 양식에 성공해서 이제는 저렴이 회가 된 광어의 식감이 더 마음에 든다.

이렇게 해서 이번 겨울에는 방어를 한 번 먹어 보고 지나가게 되었다. 지난 제주 여행에서 방어 대신 먹었던 히라스와 비교하면 역시 겨울철엔 방어의 맛이 더 낫다. 아, 그리고 히라스는 일본어이고 게다가 방언이라고 한다. 우리말로는 부시리가 맞다고...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