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이성적 과열』 로버트 쉴러

금융시장에서 버블이라는 현상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이들 중에 한 명인 로버트 쉴러 교수의 『비이성적 과열』을 지금에서야 읽게 되었다. 아마도 『이상과열』이라는 기존의 책이 새로운 이름을 달고 나온 것이 아닐까 싶다.

뭔가 금융시장이 단기적으로 과도하게 오른 경우 버블이냐 아니냐라는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로버트 쉴러 교수의 의견이 인용될 만큼, 그의 유명세는 압도적이다. 그래서, 책을 읽기 전부터 그의 이론에 대해서 이미 여러 번 접해본 덕택에, 오히려 그의 이론을 책으로 읽으면서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 많았다.

결론적으로, 『비이성적 과열』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단순하다. 효율적시장가설 같은 것은 이제 학계에서도 더 이상 인정받지 못하며, 인간의 심리가 시장에 반영되기 때문에 금융시장에서는 언제나 버블은 존재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 버블이 언제 터질 지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려우며, 버블인 상태로 몇 개월, 때때로 몇 년을 더 이어 가는 경우도 있다. 달도 차면 기우는 것 처럼 결국은 터지게 마련이지만...

요즘 비트코인이나 그 아류작들이 활발하게 거래되고 이런 시장에서 이 책이 상기되는 것은 어쩌면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로버트 쉴러의 이론대로라면 비트코인은 태생적으로 가치가 0이니 버블과 함께 태어났고, 언젠가 그 가치는 0으로 수렴하겠지만, 과연 버블이 언제 꺼질 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반면에, 영국 정부를 상대로 파운드화 숏으로 명성을 드높였던 투기자 조지 소로스는 돈을 벌기 위해서는 때론 버블인 줄 알면서도 버블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었다. 즉, 이 두 명의 대가가 하는 이야기는 투기행위에 대한 조언이라는 관점에서는 차이가 있을 지 몰라도 버블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서는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

로버트 쉴러는 버블의 희생양이 되는 투기자의 심리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주변에서 특정 금융 상품으로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가 들려 오고, 심리적으로 자신만 소외되지 않겠다며 뒤늦게 투기판에 참여하게 되는데, 적어도 금융시장에서는 아직 늦지 않았을 때라고 생각했을 때가 어쩌면 가장 늦은 것일 가능성이 많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너도 나도 모두 돈을 벌고 있는데, 나만 소외되고 있다고 느낄 때가 가장 위험하다는 뜻이다.

요즘 비트코인 열풍을 보면서 동참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비이성적 과열』을 읽으며 잘 참았다는 생각이 들었... 다고 생각했을 때 샀어야 했는데... 라고 후회할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내가 비트코인 열풍에 동참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파생상품 시장에는 비트코인보다 더 투기적인 상품이 널리고 널려 있기 때문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