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살, 갈매기살, 삼겹살 @땅코참숯구이

심이누나와 송년회를 겸한 모임을 가졌다. 뭘 먹을 지 서로 의견을 교환하다가 왕십리역 근처에 위치한 땅코참숯구이라는 고깃집이 선택되었다. 최근에 위치를 이전했다고 하는데, 지도를 보면서 긴장하며 찾아간 덕분인지, 새로 이전한 위치를 찾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꽤나 유명한 집인 것 같았다. 먼저 도착한 심이누나도 몇 팀 정도 대기를 하다가 들어갔고, 내가 도착했을 때도 꽤나 많은 인원이 대기를 하고 있었다. 인기가 많은 집인 듯하다. 게다가 모든 인원이 도착하지 않으면 자리배정도 해주지 않는다고 한다. 심이누나가 기지를 발휘해서 먼저 자리를 잡고 고기를 주문해서 망정이지, 더 오랫동안 기다릴 뻔했다.

땅코참숯구이는 고기를 구워주는 고깃집으로 유명한데, 평소에 고기 굽기 싫어서 고깃집 잘 안오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꽤나 반가운 곳이다. 나같은 사람들이 많은 지 고기를 구워주는 고깃집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듯하다. 덕분에, 평소에 굽기 번거로워서 잘 주문하지 않던 부위인 갈매기살을 선택해서 먹어볼 수 있었다. 역시, 갈매기살의 식감은 참 마음에 든다. 다만, 심이누나는 목살의 식감을 좀 더 마음에 들어 했다.

고기를 구워주는 것이 가게 입장에서도 그리 손해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우선, 고기를 구워줌으로 인하여 테이블 회전 속도가 엄청나다. 실제로 심이누나와 난 40분만에 둘이서 4인분의 고기를 다 먹고 나왔다. 그래서, 서둘러서 먹느라 맛집탐방와서 사진을 못찍는 아마추어적인 실수를 범하기도 했지만... 또한, 고기 먹는 속도가 빠르니 좀 더 많은 양의 고기를 주문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데, 따라서, 객단가도 높아진다. 이러면, 고기를 구워주기 위해서 홀에 사람을 더 고용하며 늘어나는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손님 입장에서도 고기를 구워주면 누군가 한 명이 희생해야 하는 상황도 막을 수 있고, 즐겁게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

다만, 아쉬운 것은 고기를 너무 큼지막하게 썰어 준다는 점이다. 가위를 주긴 하니 좀 더 작게 잘라 먹고 싶으면 알아서 그렇게 하면 되지만, 그럼 고기 구워주는 집에 오는 묘미가 떨어진다. 그래서, 그냥 먹다보면 고기가 두꺼워 평소에 먹던 식감과 다소 다른 느낌을 받을 수가 있다. 특히 지방보다는 살고기가 많은 목살 부위를 씹을 때는 다소 부담스러웠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