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입종 인간』 팻 시프먼

얼마 전에 읽었던 『미래중독자』와 뭔가 비슷한 듯한 『침입종 인간』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비슷한 듯하다고 언급한 이유는 모두다 인류의 과거에 대해서 언급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래중독자』가 호모 사피엔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침입종 인간』은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의 관계에 좀 더 치중을 하는 책이다.

흔히들 현생 인류의 DNA는 호모 사피엔스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지만, 아프리카계 흑인을 제외하면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도 일부 섞여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안데르탈인은 현재 멸종된 상태이기 때문에, 과연 네안데르탈인의 멸종이 호모 사피엔스의 영역 확대와 연관성이 있느냐에 대한 일종의 답을 알려 주는 책이다.

네안데르탈인의 멸종 원인으로는 현재 두 가지 학설있는데, 첫번째는 기후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다가 멸종되었다라는 것이다. 그리고, 두번째는 호모 사피엔스의 공격적 영역확대를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인 팻 시프먼은 두번째 학설을 지지하며, 그래서, 『침입종 인간』에서는 어떻게 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의 멸종과 연관이 있는지에 대한 근거가 담겨져 있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호모 사피엔스와 비교할 때 네안데르탈인의 열등한 부분은 대표적으로 원거리 공격 능력이라고 한다. 즉, 네안데르탈인은 물리적으로 더 강한 힘을 가졌으나, 매머드같은 거대 동물을 사냥할 때는 근거리에서 공격을 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사냥을 하다가 목숨을 잃는 등, 사냥 자체의 위험도 크고 효율도 높지 못했다. 반면에 호모 사피엔스는 투석/투창 등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사냥에 있어서 효율성의 차이가 컸으며, 아무래도 위험성도 덜 하였다.

그리고, 네안데르탈인에 비하여 호모 사피엔스가 가진 또 하나의 특징은 바로 늑대 무리와의 협력이다. 일반적으로 2차 소비자인 포식자들 끼리는 먹이를 놓고 경쟁을 하는 관계이지 공생을 하는 관계가 되기는 어려운데, 호모 사피엔스는 그것을 해낸 것이다. 그래서, 늑대-개 라는 녀셕들이 인간과 같은 생활권에 들어 오게 되었고, 늑대-개의 탁월한 후각 능력 등을 이용한 효율적인 사냥이 가능했다.

『침입종 인간』을 읽으면서 알게 된 지식들은 정말 풍부하다. 그 중 하나가 포식자들의 사냥 스타일이다. 크게 단독적으로 사냥을 하는가, 아니면 팀 플레이를 하는가로 나뉘는데, 네안데르탈인은 엄연한 단독 사냥꾼이었다고 한다. 사냥에 있어서 솔로 플레이와 팀 플레이는 명확하게 상반된 전술을 펼치게 된다. 우선 솔로 플레이로 사냥을 하는 것은 은밀하게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 공격하는 전술이다. 반면에, 팀 플레이는 은밀함 보다는 세를 과시하며 타겟을 특정방향으로 몰아 넣는 방식으로 사냥을 한다. 이 차이점은 생존에 있어서 매우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어 낸다. 예를 들어, 솔로 플레이를 통하여 은밀하게 사냥하려면 은폐/엄폐를 할 수 있는 숲이 조성되어야 되는데, 만약 기후 변화 때문에 갑자기 숲이 사라져 버리는 경우에는 굶주림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반면에 몰이를 통한 팀 플레이어들은 비교적 이런 조건에서 자유롭다.

『침입종 인간』을 읽기 전에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 두 종족간 피터지는 전쟁을 통하여 호모사피엔스가 승리하였다라고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런 전면전 보다는 한정된 사냥자원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호모 사피엔스와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도태된 것이었다. 호모 사피엔스에게 이런 방식으로 밀린 포식자는 네안데르탈인 뿐만이 아니었는데, 예를 들어, 동굴곰은 동굴이라는 서식환경을 두고 호모 사피엔스와 경쟁하면서 도태되었다. 그래서, 현재 동굴곰의 후손들은 남아 있지 않으며, 그렇지 않은 곰들만 번성을 하며 도태되지 않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언급하자면,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은 교배가 가능했으나, 그렇게 태어난 교배종의 경우 생식능력이 미약했다고 한다. 따라서, 현생 인류가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를 아주 조금만 보유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가 아닌가 싶다.

모든 사람들이 네안데르탈인에 대해서 알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니기에, 주위에 추천을 해주기는 다소 부담스럽지만, 평소에 꼭 알고 싶었던 네안데르탈인의 멸종에 대해서 짚어준, 내겐 매우 유익한 책이라고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그런데 난 왜 네안데르탈인에 대해서 궁금해 하는 것일까?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