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사이징

누구의 아이디어인 지는 찾아 보지는 않았지만, 다운사이징은 꽤나 흥미롭고 창의적인 발상을 스크린에 옮겨 놓은 영화이다. 인간이라면 대부분 조금 더 커지고 싶어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건만, 다운사이징이라니... 놀라울 따름이다.

북유럽의 어느 과학자에 의해서 발명(?)된 다운사이징 기술은 인간의 키를 약 1/12 정도로 줄여 준다. 부피로 치면 거의 1/1800 수준으로 작아지는 것이다. 이런 기술을 발명한 의도는 인간의 크기가 작아지면 환경오염이나 자원고갈로 인하여 인류가 멸종의 길로 가는 것을 멈출 수 있을 것이라는 거룩한 목적성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다운사이징 수술을 받는 것은 부유하게 살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 때문이다. 즉, 더 조금만 먹고 더 조그마한 집만 있어도 되니, 서민이라도 작아지기만 하면 갑자기 윤택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작아진 사람들을 위한 럭셔리 다운타운을 조성하여 다운사이징 수술과 함께 패키지로 서비스하는 회사가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하고, 이 영화의 주인공인 폴 역시 이미 다운사이징 수술을 받은 지인의 추천을 받아 레져랜드라는 곳에 정착을 하게 되면서, 소인들의 이야기가 펼쳐 진다.

파격적인 아이디어와는 달리, 영화의 만듦새는 그다지 좋은 점수를 받기는 어렵다. 뭔가 어설프고 감동도 없으며, 권선징악적 진부한 결말로 직진한다. 왜 이렇게 좋은 소재를 살리지 못하고 밍밍한 결과를 냈는지 관객으로서 아쉬울 따름이다. 주인공인 폴을 지나치게 순진무구하고 이상적인 박애주의자로 만들어 버려서 잘 공감이 가지 않는다. 특히나 로맨스도 좀 억지스럽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