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

최근에 픽사 에니메이션을 보면서 그리 실망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코코가 개봉한다고 하였을 때 극장 선택의 폭이 그리 넓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예매를 하여 극장을 찾았다. 그런데, 알고보니 예매한 표가 자막이 아니라 더빙이라 긴급히 예매취소하고 자막버전으로 다시 예매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아마도 멕시코를 배경으로 하는 듯했다. 스페인어가 거부감을 갖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등장하며, 인물들이나 인물들의 옷차림들도 그런 느낌을 준다. 멕시코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유명한 에니메이션은 아직 못본 것 같은데, 픽사 입장에서는 꽤나 파격적인 도전인 셈이다.

노래를 좋아하고 기타에 탁월한 소질이 있는 소년 미겔, 하지만, 노래하다 도망간 증조할아버지 때문에 이 집안에서는 가무가 금지되어 있다. 몰래 광장의 악사들과 어울리다가 할머니의 무서운 꾸지람을 듣기도 한다. 그러다 우연히 죽은 자들의 날에 콘서트에 참여하기 위해 증조할아버지로 추정되는 고인의 기타를 빌리려다가 "저 세상"으로 휩쓸려 가게 되고, 이미 "저 세상"에 가 있는 미겔의 가족들이 합세하여 미겔을 "이 세상"으로 돌려 보내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멕시코의 사후세계에 대한 세계관은 우리 나라와 상당히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죽은 자들의 날이 마치 우리 나리 유교 문화권에서 이뤄지고 있는 제사와 비슷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 나라의 제사에는 고인의 사진 보다는 한지에 이름을 적어 두는 것이 차이점일 것이다.

뭔가 엄청난 가창력을 가진 소년이 등장하여 무대를 휘어 잡는 씬을 상상하였으나, 그런 상황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기대치에 살짝 미치지 못하는 작품이다. 물론, 이것은 픽사 에니메이션에 대한 나의 기대치가 이미 상당히 높아진 수준인 것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여러 모로 나쁘지 않은 작품이라고 평하고 싶다. 이미 컴퓨터그래픽과 에니메이션 기술은 더 이상 발전할 여지가 거의 없는 듯 현실감을 넘어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화면을 보여주는 수준까지 이르렀고, 이번에는 특히 노인의 주름살을 상당히 현실적으로 표현하여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이 외에도 극장을 찾을 이유가 하나 더 있는데, 얼음왕국의 주인공인 엘사와 애나, 그리고 울라프가 등장하는 짧은 에니메이션이 코코 상영 전에 펼쳐진다. 지겹게 나왔던 얼음왕국이 여전히 그리운 팬이라면 놓치기 아까울 정도로 적지 않은 러닝타임을 제공한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