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반감기』 새뮤얼 아브스만

멸종된 줄말 알았던 실러캔스가 마다가스카르와 아프리카 대륙 사이의 해안에서 잡히면서 기존의 학설이 뒤집히는 예로 시작하는 『지식의 반감기』는 지식이라는 것이 탄생하여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설명해주는 책이다. 즉, 한 번 알게 된 지식은 영원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항상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상기시켜 준다.

지식의 수명은 분야에 따라 다른데, 예를 들면, 물리학에서의 반감기는 약 13년, 경제학이나 수학의 경우는 약 9년 정도라고 한다. 그리고, 컴퓨터 프로그래밍같은 경우 훨씬 짧다고 한다. 이미 개발자로서 몸소 체험하고 있는 사실이지만, 책에서 다시 한 번 확인사살을 해주니 씁쓸하다. 프로그래밍을 공부한다는 것은 5년도 써먹지 못할 기술을 공부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는 뜻이다.

어떤 분야에서든 지식은 최초에 발견이 된 이후 해당 분야에서 조금씩 조금씩 발견하다가 어느 정도의 시점이 되면 가속도가 붙어 폭발적인 수의 논문이 나오게 되며 어느 시점에 한계에 부딪히며 발전의 속도가 저하된다. 반도체의 집적도가 18개월에 두배씩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이 더 이상은 통요되지 않고 있는 사실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경향을 로지스틱 커브라고 표현했다.

지식이 전파되는 속도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일반적으로 지식은 아주 천천히 전파되는 경향이 있는데, 한번 전파되고 나서 새로운 지식으로 업데이트 되는 것도 한참이나 시간이 흘러야 가능하다고 한다. 따라서, 학설이 뒤집혀서 새로운 지식이 등장하였음에도 사람들은 과거의 잘못된 지식을 여전히 옳다고 믿는 경향이 있으며, 때론 잘못된 지식이 전파되었어도 이를 바로잡기란 매우 힘들다. 이를 비추어 보면, 오늘날 악의적으로 퍼지곤 하는 가짜뉴스 같은 경우는 생각보다 인류에게 크나큰 위험요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저자는 잘못된 지식이 널리 퍼저 있는 것을 확인하기 위하여 검색을 할 때 "contrary to popular belief"라는 문장을 사용하는 것이 유용하다고 팁을 준다.

잘못된 지식이 전파되는 것은 학계라고 다를 바가 없다는 사실은 조금 충격이었다. 예를 들어 논문 인용시에 오타 같은 것이 있더라도 그 오타가 고쳐지지 않고 여러 번 인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논문을 쓸 때 reference의 모든 저서를 다 읽는 것이 아니고, 남들이 인용을 한 것을 그대로 복사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난 적어도 논문이나 단행본 등에 참고서적으로 등재되어 있다는 것이 저자가 그 책을 모두 읽어 보고 인용했다는 것으로 이해했는데, 속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