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즈 러너 : 데스 큐어

메이즈 러너 시리즈는 첫 편에서 꽤나 근사한 아이디어를 뽐내며 디스토피아 장르의 새로운 개척자 같은 느낌이었는데, 두번째 편에서는 느닷없이 진부한 좀비영화가 되어 버려 그저 레지던트 이블 아류작같은 냄새를 풍기며 팬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그래서, 이번 마지막 편인 메이즈 러너 데스 큐어는 그저 메이즈 러너를 즐기던 팬으로서의 의리 때문에 극장을 찾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마지막 편인데 안보기도 좀 찜찜하고 해서... 그저, 카야 스코델라리오Kaya Scodelario 감상하러 간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비우며 기대치를 크게 낮추었다.

기대치를 많이 낮추고 봐서 그런지, 아니면 카야 스코델라리오의 미모가 더욱 돋보였기 때문인지 그렇게 재미없지는 않았다. 게다가, 2편처럼 마냥 좀비 영화같은 느낌이 나지도 않았으며, 도시 안에 있는 자들과 도시 밖에 버려진 자들의 진영 대결, 그 진영 대결의 무의미함 등의 철학적 메시지까지 담겨 있다. 게다가, 핵심적인 화두였던 공리주의와 인본주의 사이에서의 긴장감, 즉, 인류를 위한 백신 제작 실험 목적으로 아이들을 고문하는 것은 옳바른 선택인가 아닌가에 대한 두 진영의 대결도 팽배하다.

두번째 편은 참 마음에 들지 않지만, 적어도 마무리는 잘했다고 칭찬해주고픈 메이즈 러너 시리즈이다. 특히나, 가슴아픈 해피엔딩 때문에 진한 여운이 남는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