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경계에 서다』 짐 알칼릴리, 존조 맥패든

난 물리학을 이해할 만큼 똑똑하지는 않지만, 물리학의 매력에 대해서 이해하고 있고, 그래서, 물리학을 좋아한다. 뭔가 물리학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을 것 같은 신뢰할 만한 학문이라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물리학에 대해 느끼는 그런 매력이 어쩌면 고전물리학에 국한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고전물리학을 넘어서서, 입자가 양자적 성질을 띄게 되는 것은 내가 생각했던 그런 매력적인 물리학이 아니기 때문이다.

『생명, 경계에 서다』는 생물학책 같기도 하고 물리학책 같기도 한 매우 알송달송한 책이다. 결론적으로, 내가 이 책을 읽고 이해한 바를 정리하면, 생명체라는 것은 인공적으로 구현하기 힘든 양자적인 현상을 수시로 구현하며 생명을 이어가고 있으며, 그렇다는 증거가 없더라도 양자적 관점에서 생명체의 신비로움을 풀어나갈 필요가 있다 정도이다. 난 솔직히 말해서, 이 책을 모두 이해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일반적으로 단행본의 경우 비전문가를 위해서 전문가들이 자신의 지식을 나눠주는 소통의 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 비전문가의 세계에도 엄연히 레벨의 차이가 있고, 난 이 책을 완전히 이해할 수준의 레벨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생명, 경계에 서다』를 읽으면서 내가 얻은 성과는 양자적인 현상에 대해서 받아 들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즉, 충분히 작은 입자는 양자적인 성격을 띌 수 있으며, 따라서, 고전물리학의 관점에서는 절대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들이 당연스레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기 보다는 그런 세계가 있다는 것을 그냥 받아 들이면 좀 더 양자적인 현상에 대해서 익숙해진다.

이 책은 생명체 내부에서 일어나는 양자적인 현상을 설명하는 책이지만, 그러한 현상이 양자적인가 아닌가에 대해서 깊이 있게 기억하기 보다는 그런 예를 통해서 양자적인 현상의 예나 어떠한 상황에서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가 정도를 이해하기 위해서 노력하였다. 그 노력의 결과로 한가지 머릿속에 남아 있는 양자적인 지식은 양자적인 현상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절대온도에 가깝게 차가워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그리고, 생명체가 놀라운 점은 바로 그런 절대온도에 가까울 만큼 차갑지 않아도 그런 양자적인 현상을 이용하여 생명을 유지해 나간다는 점이다.

이 책에서 제공하는 수많은 지식에도 불구하고, 난 이 정도만 이해하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하였다. 이것으로만으로도 나에게는 급진적인 발전이기 떄문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