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조종자들』 엘리 프레이저

뭔가 음모론의 냄새가 풀풀 풍기는 듯한 제목을 달고 나온 『생각조종자들』은 테크 업체들에 대한 경각심을 갖을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하는 책이다. 즉, 구글이나 아마존 등이 개인사용자의 정보를 이용하여 커스터마이징된 검색결과를 얻는 것이 개인의 사생활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조금 더 급진적으로 말하면, "검색을 하는 순간 너의 신상정보가 털릴 것이다!" 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의 제목은 자극적이지만, 원제는 『The Filter Bubble』이다. 내 생각에 원제가 이 책의 내용을 좀 더 포괄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한국판 제목은 이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 중에 가장 자극적인 것만을 콕 찝어 이 책이 해당 사실만 주장하는 것마냥 사용될 우려가 있다.

필터버블이란 굳이 사용자가 걸러내면 될 것까지 검색 서비스에서 걸러준다는 의미로, 지나치게 커스터마이징된 검색결과만을 받아들인다면 사용자가 통찰을 얻기가 힘들고 자신만의 세계에 갇힌 상태가 될 것이라는 것이 저자인 엘리 프레이저의 우려이다. 예를 들면, 자신이 정치적으로 좌편향적이라면 Facebook에서 우편향적인 글을 볼 때 기분이 별로 좋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Facebook은 이러한 정치성향을 감안하여 좌편향적인 글만 볼 수 있도록 필터링을 한다. 혹시, 이러한 필터링이 실패하는 것을 고려하여 사용자에게 특정 글을 안보이게 하는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해당 사용자는 세상 사람 대부분이 자신과 정치성향이 같을 것이라는 착각을 하게 되고, 어쩌다 우편향된 사람을 보게 되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할 것이다.

난 이 우려를 좀 지나치다고 보는데, 국내에 적합한 예를 들자면, 한겨례 신문을 보는 좌편향된 사람이 굳이 통찰을 얻기 위하여 우편향된 조선일보를 볼 필요가 있는가라고 반문하고 싶다. 정치에 관련한 업종에 있어서 반대쪽 진영을 비판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으면 모를까, 일반적으로 사람은 자신과 비슷한 성향의 사람이나 의견을 편하게 느끼는 경향이 있으므로,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일상적으로 보는 신문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다. 그냥 보고 싶은 신문을 보면 되는 것이다.

저자의 우려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사생활 정보가 이런 거대기업의 손안에 들어가게 되면, 소비자들이 손해를 보게 된다는 주장 또한 하고 있는데, 예를 들면, 어쩌다 "오지탐험" 같은 키워드로 검색했다는 이유만으로 보험료가 올라갈 것이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난 이 대목에서 저자가 IT기술을 무슨 마법같은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실제로 거대 IT기업들, 대표적으로 구글이나 아마존 등은 사용자의 검색어를 바탕으로 개인화된 검색결과를 제공한다. 이 의미는 구글이나 아마존의 서비스에 접속해서 하는 여러 가지 행동들이 쿠키라는 기술에 의해서 그들에게 자연스럽게 넘어간다는 것인데, 이런 데이터를 거시적인 통계자료를 만든다던가 할 때 사용할 수는 있어도, 미시적으로 특정 검색어를 사용한 사람에게 이익이나 불이익을 주기 위해서 사용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영역이다.

저자의 주장대로, "오지탐험"을 검색한 사람의 보험료가 올라간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난 보험을 가입하기 전에 그런 검색어를 일부러 피하고, "뜨개질"이라던가 "우표수집"같은 검색어를 압도적인 횟수로 검색하여 보험료를 낮추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난 오히려 이런 커스터마이징 기술이 좀 더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한국 IT회사들의 기술이 여전히 부족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온라인 쇼핑몰에 접속하면 총각인 나에게 자꾸만 기저귀 같은 상품들이 걸러지지 않고 큐레이팅된다. 이것들은 내가 총각인 줄 모르거나, 어디 숨겨놓은 자식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거나 둘 중에 하나일 것이다.

이상욱